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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이 Jul 29. 2022

서른, 해가 서쪽에서 뜨던 날

여는 글_ 유학하기 좋은 나이?

 내가 이 이야기를 서른 살의 6월부터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나는 6월에 태어났기 때문에 내 한 해도 언제나 6월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2018년 6월, 나는 막 베니스에서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한국관 오프닝을 마치고 독일로 입국했다. 박사 과정 연구를 시작하기 위한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였다. 지도교수님은 마치 산타클로스 같은 얼굴로 흔쾌히 나를 맞아 주셨다. 물론 인터뷰도 너무나 스무드하게 진행되어 나는 당장 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었다. 아시아에서 온 서른 살의 독신(독일에서는 이 독신이라는 신분이 꽤나 중요하다) 여성이 드디어 독일로 날아와 서쪽에서 뜨는 해(한국보다는 서쪽이 아닌가!)를 아침마다 볼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 것이었다.



교수님 면담하고 나와서 먹은 바나나 누텔라 크레페. 저 소이 라테는 바닐라 시럽을 세 번이나 펌핑해서 매우 달았다.



 내가 독일에 온 것은 물론 처음이 아니었다. 나는 이미 같은 학교에서 학부 때 교환 학생을 지냈던 적이 있었다. 또한 20대 내내 여름마다 유럽 여행을 했는데, 그때마다 독일은 내가 늘 거쳐가는 행선지였다. 그러나 지도교수님을 찾고 난 이후로는 독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졌다. 같은 해 4월에도 같은 동네에서 한 달 동안 머물며 독일의 여러 학교에 지원서를 보냈었는데도 그랬다. 심지어 5월 한 달은 베니스에서 아름다운 이탈리아 해안을 돌아다니며 내 마음에 쏙 들도록 구릿빛으로 살갗을 태우기도 했는데, 그 뜨겁고 아름답던 5월의 베니스*와 어딘가 종잡을 수 없는 독일의 6월을 비교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심지어 베니스에서 지냈던 호화롭던 숙소와 슈투트가르트에서 한 달 동안 임시거처로 삼은 반평 짜리 다락방이 똑같이 넓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6월 한 달 동안 내가 머물렀던 숙소. 집 주인과 아랫층의 부엌과 욕실을 같이 쓰는 구조로 내 방은 다락방이었고 엄청 좁았다.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절차가 꽤나 복잡했다. 교환학생 때와는 다르게 모든 일은 내가 스스로 해야 했다. 학교 입학을 위한 서류를 발급받고, 학생 등록을 하고, 다시 학장님에게 확인 절차를 받는 등등의 일과 더불어, 독일에서 살아야 할 곳을 찾고 살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퀘스트가 있었다. 일단 수중에 가지고 있던 돈이 거의 바닥나고 있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집을 찾는 일이었다. 계속해서 말도 안 되게 비싼 돈을 지불하고 에어비앤비에 있을 수 없었다. 비자 발급을 위해서도 집을 찾는 일은 중요했다. 내가 이미 4월에 독일에 입국해 있었기 때문에, 쉥겐 조약에 따라 90일만 무비자로 유로존에 있을 수 있었다.


 서른 살의 6월. 나는 평생 한 번도 해 본 적 없었던 일 두 가지를 하며 지냈다. 첫째는 내가 살 집을 구하는 것이고, 둘째는 토플 시험 준비였다. 물론 나는 독일어가 짧았다. 또한 토플 책도 한 권 없었다. 오직 혼자, 독학이었다.



 말 그대로 나는, 독일에 나 혼자 살게 되었다.

 유학하기 참 좋은 나이였다.





Tip


1. 독일에서 박사 지도교수님을 찾는 방법

 독일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 케이스가 다르다. 공학자와 같이 연구소를 선정하고 지원하여 발탁되는 방법도 있고, 나처럼 개인적으로 일일이 교수님께 메일을 하는 방법도 있다. 박사 과정의 학생은 수시 지원이기 때문에 입학 기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처럼 개인적으로 가고 싶은 연구실을 골라 지도교수님에게 연락하는 방법을 고를 때에는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지원동기서

CV

고등학교 졸업 증명서

학부 졸업 증명서/성적표

석사 졸업 증명서/성적표

석사 논문 초록(영문)

기타 주요 저작 초록(영문) ; 옵션. 소논문 발표를 한 적 있다면 준비하자.

박사 연구 계획서

석사 지도교수님의 추천서 (봉투에 넣어 밀봉)

독일어 자격 증명서 ; 옵션. 박사 과정 연구생에게 독일어는 (대체로) 필수가 아니다. 어차피 학교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는 영어로 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가지고 있으면 역시 좋다. 나는 B1 자격증을 첨부했다.

 위의 자료들은 추후 입학 절차를 밟을 때에 학교 측에도 제공해야 하므로 넉넉하게 (적어도 각 3부씩) 준비하고 가능하다면 언제든 출력할 수 있도록 PDF로도 준비하자. 단, 추천서의 경우에는 봉투에 밀봉하여 교수님의 사인도 해야 한다. 이것도 여러 부 써 달라고 부탁드려 가지고 있다가 인터뷰하러 갈 때마다 지도교수님께 하나씩 드리자.


2. 나의 경우 2018년 6월에 지도교수님을 만났지만, 학장님이 안식년이셔서 (^-^) 10월 말에야 진짜 입학 허가가 떨어졌다. 그러나 당장 입학하고 다음 학기(9월)부터 소위 '예비 학기'개념으로 학교에 등록할 수 있었다. 독일에서는 학생 관련 할인 혜택이 많다. 대표적으로 교통권 할인과 각종 박물관 할인들이 있다. 또 학교 측에서 제공하는 어학 과정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으니 잘 찾아보자.


3. 독일에서는 등록금이 거의 무료이지만, 학생회비와 학생복지비 명목으로 한 학기당 200유로 정도의 등록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내가 있는 슈투트가르트는 바덴-뷔르템부르크 주이기 때문에 외국인 학생에 한하여 학사와 석사과정 학생들에게 학비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사의 경우는 필수로 들어야 하는 수업이 없기 때문에 수업료와 같은 등록금을 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지만, 뜨겁고 아름다웠던 5월 베니스의 풍경은 절대로 절대로 잊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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