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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복빛나 Oct 21. 2019

Ep 16.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육아가 힘들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아는게 아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이가 함께 성장하고 생활하는 가정은 조금 나을까?

혼자서 아이를 키울 때면 식사준비부터 목욕, 양치질, 아이와 놀아주기, 뒷정리 등을 동시에 해나가야 한다. 내가 생각한 계획대로 매끄럽지 않을 때는 떼쓰는 아이에게 괜히 원망과 화를 참아서 생기는 스트레스로 그날 저녁은 스스로가 한없이 다운된다. 

아이에게 화를 내었든 내지 않았든 아이에게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집안일이나 개인적인 시간계획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재운 밤은 혼자서 나가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어두운 집에서 조용히 보내야 한다. 

가끔은 술이 좋아서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맥주캔을 따지만 이내 알딸딸한 기운이 올라올때쯤이면 스트레스는 조금 나아져도 더 큰 공허함이 찾아온다. 

그렇지 않으면 평소 좋아하는 예능과 드라마를 본다. 좋아는 하지만 시간을 뺏기는 것 같아서 잘 보려고 하지 않는데, 그럴 때면 마치 홀린 것처럼 뒤져서 뭐라도 본다. 

그렇게 내 관심이 육아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역시 화면이 꺼지면 시커먼 화면처럼 공허함이 찾아온다. 


아이가 아프면 아빠도 아프다.


육아 중에서 무엇이 가장 힘든지를 물어본다면...

아이가 아플 때이다. 말도 못하니 어디가 불편한지 알 수는 없지만 작은 기침이나 피곤한 기색에서 시작된 것이 잠자는 습관이나 식습관, 하루종일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면 덩달아 옆에 있는 아빠도 더 빨리 지치고 힘들다. 


내가 출퇴근을 하면서 홀로육아를 한 3개월 동안은 정말 크게 아픈 일이 없었다. 어쩌면 그 자체로 감사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특별히 연차를 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육아휴직을 시작한 첫 주에 아이는 감기에 걸렸는데, 이게 정확히 2주 정도 갔다. 

멘붕이었다. 아이는 아파서 힘들어하고, 아빠는 육아휴직 첫 주에 갑자기 생활패턴이 깨진 아이와 함께 한다는 것은 곤욕이었다. 그렇게 좀 낫고 나니 이제는 미처 몰랐던 수면패턴이 깨진 것이다. 원래는 아내가 잘 만들어놨던 수면패턴으로 혼자서도 저녁에 잘 잤다. 그런데 이제는 아빠가 옆에 없으면 안 자려고 하고, 자다가도 깰 때 옆에 아빠라도 없으면 엄청 울어댔다. 정말 이기적이게도 아이가 아픈 줄 알면서도 잘 먹지도 않고, 잘 자지도 못하는 아이가 원망스럽고 그게 또 나에게 스트레스와 화로 다가왔다. 

내 입술은 항상 마르고 부르터져 있었다. 화가 날 때마다 입술을 꽉 물며 참았다.

그러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혼자서 ‘왜 그랬을까?’하며 스스로를 자책한다. 

‘어른도 입맛이 없거나, 아프면 잘 먹지 못하는데, 아이도 그렇지 않을까?’

‘너무 이기적이었어.’

‘나는 잘 하는게 없는 아빠인가봐.’


그렇게 아빠도 아이와 함께 아파한다.


아빠가 아프면 아이도 아프다.

     

일반적인 치료를 요하는 감기나 두통 등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아픈 상태도 포함된다. 육아를 하면서 그런 순간은 주로 내면적으로 갈등하고 있을 때 생기는 것 같더라. 책이나 주변 얘기를 듣다보면 지켜야 할 것들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든다. ‘잘 먹어야 한다’, ‘밖에서도 뛰어놀아야 한다’, ‘짜증을 너무 많이 내는 것 같다’, ‘잠을 충분히 많이자야 한다’ 등 왠만하면 걸러서 들을 건 듣고, 아닌 건 흘려서 듣겠지만... 

이게 나중에 어떻게 아이에게 작용하고, 그 때 가서 스스로를 자책할 것 같아서 막상 필터링하려니 쉽지가 않다.  

그럴 때면 항상 내가 잘 못하고 있는 것들만 떠오르고 스스로 무엇이 맞는지 자문해보면서 명쾌한 답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해하다가 자책하며 끝난다.


∫ 나만의 치유방법이 있어야 한다.


바이러스나 세균 등의 병으로 아프면 병원을 찾아가서 치료를 받겠지만...

스트레스는 자칫 마음의 병으로 혼자 끙끙 앓다가 스스로 무너지거나 또 다른 병을 만들기도 한다. 나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두고 그때 그때에 따라 이것저것 다 해본다. 그러면 그 중에 하나는 맞더라.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도 하더라. 일전에 누가 우울증으로 용기를 내고 정신과를 가봤는데, 의사가 처방해준 방법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힘들 때는 ‘햇볕이 잘 들고 바람 잘 부는 곳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세요. 대화할 사람이 있다면 더 좋겠구요.’

나는 지금도 집에 있으면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키고 내가 앉은 자리에만 적당히 은은한 불을 켜고서 커피를 마시면서 마음의 진정을 찾기도 한다. 


또 다른 방법은 감동적인 책이나 영상을 찾아서 무작정 본다. 이 때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것들을 본다. 육아에 지쳤을 때는 부모나 아이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봤다. 아무생각 없이 보다보면 눈물이 터지는 순간이 있다. 그러고 나면 마음이 한결 편해지더라. 그리고 감정적으로도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고름이 생기면 농익게 해서 한 번에 터트리듯이 감정의 막힌 부분이 터지듯이 말이다.


그 외에는 평소 좋아하는 글을 쓰거나, 좋아하는 운동을 격하게 한다. 

글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글로 꾹꾹 눌러 담아놓을 수 있고, 운동을 하면서 땀으로 흘려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가장 좋은 방법은 ‘아내와 대화하기’ 였다. 

위의 방법들은 모두 혼자서만 해결해야 하는 상황일 때 쓰는 방법들이다. 그 외에는 아내와 대화하거나 털어놓으면서 자연히 치유되기도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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