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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워드프레스를 아시나요?

20년차 방송작가, SNS 신입마케터로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by 에코선셋마운틴

다양한 SNS 디지털 마케팅 방식 중에

우리가 첫번째로 배워볼 것은 '블로그 운영'이었다.


마케터는 블로그에 글만 잘 쓰면 되는 줄 알았으나

"웹 개발의 전체 흐름과 직무간 협업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HTML과 CSS를 활용하여 간단하다고 했지만 내 기준 결코 간단하지 않은 웹페이지를

직접 제작해보는 실습이 있었다.


난생 처음보는 생소한 '단어'와 '개념'들의 향연 속에

급기야 '코드'들이 등장했다.


교재에는 수십장의 웹코드 예제들이 등장했지만,

(뒤로가기 방지 차원에서) 짤막한 코드 하나만 살짝 공개하자면...


=================================================

<!DOCTYPE html>

<html>

<head>

<meta charset="UTF-8">

<title>나의 첫 웹페이지</title>

</head>

<body>

<h1>안녕하세요!</h1>

<p>이것은 HTML 연습 예제입니다.</p>

</body>

</html>

================================================


뭐 이런 식이었다.


역시... 새로운 배움의 길은 참 멀고도 험난하구나,


알파 세대에게는 코딩이 필수라길래, (가장 인기있는 과목 1위)

코딩수업에 몇 번 보냈더니

'나는 코딩이 정말 싫어요!'를 외치는 내 딸의 유전자는 나에게서 나온 것이로구나...


나는 대체로 내 선택에 만족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아무래도 번짓수를 잘못 찾은 것 같다.


'블로그 마케팅' 이라길래

'당장 수익화 가능한 글 빠르고 멋지게 잘 쓰는 방법' 뭐 이런 거나 배울 줄 알았지...


강의실의 무거운 공기와 동기들의 어두운 표정을 보니

다들 별반 나와 상태가 다른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예측하기라도 했다는 듯이

강사님이 미리 준비한 내용이 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마케터가 HTML을 알아야 하는 이유: (별표 다섯개*****)

블로그나 웹페이지에서 문단 정리, 링크 삽입, 이미지 삽입 등 직접 편집할 수 있다.

뷰어가 아닌 편집자 입장에서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다.



그래! 알겠고...

그렇다면 쉬운 '네이버 블로그'대신

내게는 어렵고(!) 복잡한(!!) '워드프레스'를 꼭 해야만 하는 이유도 설명해주시겠어요?



"우리가 오늘 배우려는 워드프레스는 단순한 블로그 툴이 아닙니다.

전 세계 웹사이트의 43% 이상이 워드프레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CNN, 뉴욕타임스, TED, NASA, BBC, 소니뮤직, 그리고 수많은 스타트업과 개인 브랜드 사이트들까지.

이 거대한 플랫폼들이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워드프레스는 강력하면서도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오픈소스 기반으로 누구나 설치할 수 있고, 디자인부터 기능 확장, 검색엔진 최적화(SEO), 반응형 디자인까지 현대 웹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능을 갖추고 있고, 게다가 무료입니다.

워드프레스는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자신의 콘텐츠를 세상에 정리해서 보여줄 수 있게 만든

‘디지털 자립 플랫폼’입니다.

지금 우리는 단순한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라 세계를 움직이는 방식에 한 발 다가가는 중인 것입니다."


(아주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오셨구나. 이 정도면 워드프레스에서 보내신 것 같은데?)


멋진 말이었지만, 내게는 오히려 이런 협박처럼 들렸다.

"모두에게 워드프레스는 쉬워!! 너한테는 이 정도도 어려워?? 그렇다면 당장 포기해!!

워드프레스 하나 못해서 어떻게 SNS 디지털 마케터가 될 수 있겠어?"



일단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관리 시스템(CMS) 중 하나인

'워드프레스'를 내가 몰랐다는 사실부터

제대로 긁혔다.

주변 동생들로부터 "언니는 모르는 게 없어" 추앙받던 나인데

음악도 이왕이면 TOP100을 듣고, SNS에서 유행하는 밈이니 트렌드니

나름 '트민녀'가 추구미였던 나인데


실상은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는 도구마저도 버거운, 시대에 뒤처진 나이많은 휴먼일 뿐.

마치 <어르신도 쉽게 따라하는 왕초보 스마트폰 교실>에 앉아있는

어르신이 된 기분이 들었다.


절망과 좌절이 교차했던 4시간의 수업을 간신히 마치고 1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받자마자, 적당히 밝으면서도 적당히 차분한 여성의 음성을 통해 내 이름이 불려졌다.

"안녕하세요? OOO님 되시죠?"


에이씨, 하필 이런 날 스팸전화라니...

이번엔 어디로 팔려나갔나. 내 소중한 개인정보?


역시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는 받는 게 아니었다.


'제 이름과 번호는 어떻게 알고 전화하셨죠?'

하마터면 날카로운 문장이 입을 통해 터져나갈 뻔 했지만,


워드프레스에 뺨 맞고, 엄한 곳에 화풀이 하는 건 안 될 일이기에...

상담원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기에...

그냥 이 정도에서 조용히 통화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려는데, 여성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안녕하세요, 국민취업지원제도 담당자 OOO입니다,. 상담일정 잡아드리려고 전화드렸어요.

이번 주에 고용복지센터에 한 번 방문하셔야 되는데, 시간 언제 가능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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