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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당신의 취업을 국가가 응원합니다.

20년차 방송작가, SNS 신입마케터로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by 에코선셋마운틴

20년 넘게 프리랜서로 살면서

고용보험, 실업급여와는 담을 쌓고 살았던 나는 '고용복지센터' 방문이 처음이었다.



방송작가의 고용형태를 많은 분들이 모르고 계셔서

20년 동안 내 입으로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참 많았는데

여기서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자면,

방송작가는 방송국 '공채'나 '정규직' 시스템이 아니고

내가 맡게 되는 프로그램마다 '집필계약서'라는 것을 작성하고

프리랜서, 즉, '특수고용노동자'의 형태로 일을 한다. (3.3% 원천징수)


최근에는 상황이 좋아져서, 일정기간 이상의 정규직 프로그램에서 일을 하는 작가라면

'고용보험'도 가입할 수 있고 '실업금여'도 받을 수 있다.


자율 출퇴근시간, 디지털노마드(ex. 카페에서 일하기, 여행가서 일하기), 투잡쓰리잡 가능

등의 자유를 누리는 대신

사대보험, 퇴직금, 복리후생 등 기업이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꿀같은 혜택은 경험할 수 없는 인생

(괜.찮.다. 모든 인생에는 장단점이 있으니까)



아무튼, 담당자가 사전에 안내해준대로 3층 9번 창구에 도착하니

단발머리에 안경을 쓴 앳된 인상의 담당자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목소리의 톤과 말투가 적당히 밝으면서도 정돈된 느낌을 주었는데

오래 대화를 하다보니까 약간 AI와 마주앉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그녀는 친구들과 사적인 자리에서도 이런 모습일까...' 이런 쓸데없는 상상을 하면서

[국민취업지원제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란,

청년, 중장년, 경력단절여성, 저소득 구직자 등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취업지원서비스

생계지원을 제공하는 제도로, 15-69세 구직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정책이다.


<SNS 디지털마케팅 전문가과정>의 최종 목표는 취(창)업 이기 때문에,

국비로 수업도 들으면서 취업지원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고용복지센터'에서는 직업훈련, 일자리 소개, 이력서 및 면접 컨설팅 등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장 중요한 건 월50만원의 구직촉진수당을 6개월 동안 제공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취업에 성공하면 최대 150만원의 취업 성공수당도 지급한다고 하니...

(5개월 근속 후 50만원, 1년 근속 후 100만원)


쏴리질러~~~~~~~~~!!!


와... 나의 취업을 무려 '국가'가 응원하다니...

2025년 운수대통의 한 해 인가.


나는 고용24홈페이지에서 '직업심리검사'하는 방법과 다음 상담일을 안내받은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수업을 열심히 들으면 다음 달부터 50만원의 구직촉진수당이 나온다는 사실때문인지

전보다 조금은 기운이 났다.


일상에서는 다시 어려운 '워드프레스'수업이 펼쳐졌지만...

우선 우리는 선생님의 친절한(!) 안내대로

도메인도 등록하고, 관리자 계정을 생성해서 기본 설정을 마쳤다, (언어, 시간대, 사이트 이름 등)


믿을 수 없지만,

드디어 내가 만든, 내 소유의 '웹사이트'가 생긴 것이다.


내 반려견 산이의 일상과 반려견용품 리뷰를 담을 '사니세상' 브랜딩에 이어

이번에는

나를 보여주는 포트폴리오형 블로그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퍼스널 브랜딩)


내가 오래 글을 써오면서 더욱 선명해진 사실인데

'내가 잘 아는 것'이어야 '잘 쓸 수 있다'는 거다.


더구나 나처럼 내가 좋아하는 과목은 백점, 싫어하는 과목은 빵점도 쌉 가능한

내가 관심없는 분야는 거들떠도 안 보고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만 하려고 하는,

철저하게 흥미위주의 인간인 사람에게는 더욱 더 극명하게 적용되는 법칙이었다.


나는 우선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 부터 떠올렸다.


내 남다른 눈썰미를 알아본 지인이 '캐치걸'이라는 별명을 지어준 적이 있는데

일단 운율을 맞추다보니 '키치캐치걸'이라는 타이들이 탄생했다.

but, 중년의 나이에 '걸(girl)'은 좀 아닌 것 같아서 '라이프'로 변경!


'키치캐치라이프'라는 세계관 안에는 세 개의 카테고리가 존재하는데


첫번째는 '키치한 일상'

- '카페'에서 일하고, '외식문화'에 최적화 된 나는 맛집 검증하고 카페 발굴하는 취미가 있다.

우리 동네 핫플레이스의 정보와 리뷰를 담는 카테고리다.


두번째는 '캐치한 신상'

- 브랜드의 한정판 신상 굿즈편의점에 출시한 신상템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

예를 들면 스벅굿즈나 편의점 신상 맥주, 과자같은 거...

소확행 컬렉터인 나의 여정(재고조회, 오픈런 등)을 담을 예정


세번째는 '사니 세상'

- 이건 모두가 이미 아는대로 반려견 '산이'의 육아정보



내가 스스로 알아서 한 건 한개도 없지만, 그렇게 한 페이지가 생겼다.


오늘의 실습과제는 자기소개와 블로그 운영방향을 담은 콘텐츠 포스팅 하기.

그리고 동기들의 블로그에 방문해서 구경하고, 댓글로 피드백 남기기


'아... 이건 좀 해볼만 하네' (역시 나는 '기술'이랑은 거리가 멀고, '콘텐츠 생산' 쪽이 적성에 맞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성취감'과 '소통'이었다.

그 날 느낀 성취감과 작은 소통은 나에게 강한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당장 카카오톡을 실행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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