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짝꿍과 소울푸드 '어탕국수'

20년차 방송작가, SNS 신입마케터로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by 에코선셋마운틴

MBTI 'E'와 'I'의 성향이 적당히 반반씩 섞인 나는, (한끗차이로 'E')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필요하지만, (혼자 밥먹고 커피마시고 쇼핑하고... 혼자놀기의 달인)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에서도 엄청난 에너지를 받는 편이다.


그래서 지인들한테 만나자, 모이자, 놀자... 이런 것도 주로 내가 하는 편.


그런데 이 수업은 어떤가.

내 옆자리는 빈자리...

내 앞은 강사님

눈 앞에 뵈는 거라곤 하얀 칠판과 프로젝터 스크린, 아니면 컴퓨터 모니터 뿐.


'이거 어렵죠?'

'방금 이해했어요?'

이런 스몰톡의 여유조차 내겐 허락되지 않은 냉정한 전쟁터 같았다.


첨부터 뒷자리에 앉았으면 수업틈틈이 사람들 뒷통수라도 구경했을텐데,

뭘 그렇게 열심히 해보겠다고 맨 앞자리를 골랐나... 내 선택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면서


헛헛한 마음을 쉬는 시간마다 달달하고 칼로리 높은 간식으로 달랬다.



그러던 어느 날,

[SNS 디지털마케팅 전문가과정]의 단톡방에 난 이런 메시지를 날렸다.



"혹시 수업끝나고 한 두시간 시간여유 되시는 분들 계시면 밥 한 번 같이 먹어요.

2주 동안 맨 앞자리에서 짝꿍도 없이 벽보고 수업만 들었더니 대화가 고픕니다."


이건 나의 SOS, 간절한 외침이었다.


- 좋아요


-우리가 너무 수업에만 집중했죠?



'역시... 나랑 같은 생각을 하신 분들이 계시긴 계셨구나. 내일부턴 숨 좀 쉴 수 있으려나?'

작은 희망이 보였다.



다음 날,


...

우리는 여전히 수업에만 집중했다.


계속해서 워드프레스의 기본개념을 익히고,

테마와 디자인을 설정했다.

'눈누'라는 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폰트를 다운받아서 CSS로 내 웹에 폰트를 적용시켜보기도 했다.

(사실 어떤 원리인지는 하나도 이해못했지만, 그냥 하라는 대로 따라했더니 되긴 됐다)


하지만 작은 변화가 생겼다.

센터 담당자분들이 책상배열을 다시 정리하시면서

강의실을 좀 더 넓고 쾌적하게 쓰기 위해 책상 한 줄이 사라졌고,

그 자리를 쓰시던 분들 중에 한 분이 내 옆자리로 오시게 된 것이다.


아니, 내가 짝꿍없어 외롭다고 어제 얘기했는데... 이렇게 바로 생긴다고?



럭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리 과정은 9시30분부터 1시20분까지 총 4교시로 이루어져 있다.

50분 수업, 10분 쉬는 시간

간혹 강의의 흐름에 따라, 수업종료 시점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10분 휴식은 칼같이 지켰다.


수업 종료를 한 시간 남겨둔

3교시 쉬는 시간에

사건(?)은 벌어졌다.


[오늘 수업끝나고 시간되시는 분들 "어탕국수 먹으러 가요"]


어쩌면 합격문자보다 더 반가웠던 메시지가 단톡방에 도착했다.



우리는 지난 주, 선거를 통해 반장과 부반장을 선발했다.


우리반에서 가장 목소리 크고 적극적인 두 분이 각각 반장과 부반장으로 뽑혔다.

역시나 그 분들이 바로 목소리를 내고, 나의 작은 소망에 빠른 실행력을 더해주신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그 동네 맛집으로 소문난 '털레기 매운탕'집에

8명의 수강생들이 모였다.

우리 반이 총16명이었으니까, 절반이 모인 셈이다.

(아마 벙개가 아니었다면 더 많은 분들이 오셨을 거다...

그 날 시간이 안되서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기 때문에)


부반장님이 미리 주문해놓은 8개의 어탕국수가 우리를 반겼다.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스몰톡...

우리 수업에 대한 '성토대잔치'를 하며 어탕국수 회동을 마무리했다.

('역시 나만 못 따라가고, 나만 힘든 게 아니었어'라는 진한 동지애를 느끼며)


앞으로 나의 소울푸드는 '어탕국수' 너로 정했다.

마케팅이 잘 안 풀리고 힘들 땐, '어탕국수'를 먹으러 와야지!

그 땐, 소주도 한 잔 곁들이리.




짝꿍없다 했더니 짝꿍 생기고

밥먹자했더니 바로 밥먹고, 마법같은 하루였다.


역시, 우주의 기운이 나를 돕고 있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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