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차 방송작가, SNS 신입마케터로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자기소개서에 쓸 수 있는 내 '장점'중 하나는
'건강하다'는 거다.
빛나는 나의 '에너지'와 '체력'...
학생일 때 밤새 공부하고, 작가로서 밤샘근무를 밥먹듯이 하면서
친구들과 동료들이 과로로 픽픽 쓰러져 나갈 때
나는 그 흔한 코피 한번이 안 났다. (그래서 다소 억울한 점도 있었다)
내 '건강함'은 출산 때도 빛을 발했다.
첫째는 자연분만을 했는데, 출산직후 피묻은 환자복을 입고도
자유롭게 병원 복도를 거니는 나를 보고 친정엄마가 혀를 내둘렀다는 썰...
둘째 낳고는 2주 만에 회의를 나갔는데 (첫째 때도 출산 100일만에 복귀)
늦 가을, 회의가는 길의 바깥바람이 어찌나 시원하고 상쾌하게 느껴지던지.
(애낳고 2주만에 밖에 나와도 되는 거냐며 팀원들은 난리가 났더랬다)
동기들과 어탕국수를 먹으며 한바탕 '성토대잔치'를 열고 났더니,
(2주 동안 바짝 붙들고 있었던) 긴장이 풀린 탓인지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몸에 으슬으슬 오한이 느껴지고 목이 묵직했다.
내 사전에 '지각'과 '결석'은 없다!를 모토로 이 수업에 임한 나였기에...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보려 했지만,
어쩐일인지 침대에 몸이 딱 붙어 일으켜지질 않는다...
[사정이 생겨서 병원에 들렀다 갑니다. 11시 전엔 갈게요]
단톡방에 내 상황을 전달하고,
좀 더 누워서 침대를 잘 설득시킨 뒤, 병원으로 향했다.
(뒤늦게 내 사정을 알게된 침대는 그제야 나를 놓아주었다. '이미 지각이다, 임마')
목이랑 코가 좀 부었단다. '무리하지 말고 푹 쉬라'는 의사선생님의 조언을 뒤로 하고
약을 처방받고, 센터로 향했다.
여전히 '워드프레스' 수업이 한창이었다.
'그냥 오늘 하루는 집에서 푹 쉴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지만,
이번 수업에 빠져서 다음 수업에 못 따라가는 건 더 싫었다.
사용자의 이름과 로고를 설정하고, 플러그인을 설치하고
푸터를 설정하고, 고객센터를 만들고... 내 페이지가 점차 홈페이지스러워지는
과정을 보는 것도 만족스러웠지만,
그보다
구글 키워드 플래너와 네이버의 키워드 도구를 활용해서
키워드를 리서치하고
내가 워드프레스에 쓴 글이 검색엔진최적화(SEO)가 될 수 있도록
콘텐츠 전략을 수립해서 포스팅을 작성해야한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구글키워드플래너>는 구글애즈 계정을 통해 접속이 가능한데,
검색량과 경쟁도를 기준으로 키워드를 선별할 수 있다.
<네이버 키워드 도구>는 네이버 검색광고 플랫폼에서
포털 특화 키워드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PC vs 모바일 검색 비율이나 연령별 검색량 확인 같은
모바일 중심의 검색 트렌드를 확인하는데 유용하다.
여기서 포인트!
아무리 SEO 세팅을 잘 하더라도, 검색엔진에 사이트가 등록되어있지 않으면 노출이 안 된다는 점!
구글과 네이버의 검색엔진 관리자 도구에 내 사이트를 등록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구글 서치콘솔, 네이버 서치어드바이저에 내 사이트 등록도 마쳤다.
그렇다면 이제 SEO 친화적인(=검색과 노출이 잘 되는) 포스팅을 올려볼 차례인데...
[제목에는 핵심키워드를 꼭 포함할 것! 본문에는 자연스럽게 키워드를 삽입한다.]
라는 중요한 사실을 배웠지만...
어찌 인생이 배운대로 되던가?
그리고
'키워드 전략수립'은 무슨...
나는 방금 <구글키워드플래너>와 <네이버 키워드도구>를 배웠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사람처럼
정체불명(?)의 포스팅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난 어차피 네이버 블로그를 할 거니까
라고 합리화 해본다한들
이대로는 아무리 네이버 블로그라도 곤란해요!
SEO최적화와 분석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워드프레스'라는 이 어둡고 긴긴 터널이 끝나면
'프리미어 프로'를 활용한 유튜브 영상편집과
'피그마'와 '미드저니'를 활용해 인스타그램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수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는 빨리 이 터널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간절히.
이 지긋지긋한 '워드프레스'만 끝나면 좀 편해지겠지...?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착각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