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차 방송작가, SNS 신입마케터로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SNS 디지털마케팅 전문가 과정>이 시작된 후,
나의 평일(월-금) 오전시간(9시반부터 1시반)은 이 과정에 올인되었기에
그 시간에 나를 볼 수 있는 사람은
같이 이 과정을 듣는 동기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가족, 방송국 동료, 지인 등등 포함)
특히 그 중에서도
아이 친구 엄마들 사이에서는 내가 요즘 뭐하고 지내는지...
도무지 얼굴 볼 새가 없으니 혹여 무슨 일이 있나?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많이 바빠요?'
'무슨 일 있어요?'
이렇게 연락들을 해오는데, 당최 뭐라고 설명을 해야할지...
(매일 연락을 주고받는 최측근들에게는 뭔가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노라 살짝 귀뜸을 해두었다.)
그동안
방송작가(프리랜서)의 직업적 특성(=시간이 자유롭다)을 살려서
전업맘의 브런치 모임에도, 직장맘의 맥주모임에도 얼마든지 참석할 수 있었던 나였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나니,
힘들다 들었던 1,2학년은 그야말로 '정글'이었다.
수업은 일찍 끝나지, 챙겨줘야 할 건 많지,
그리고 무엇보다 나도 학부형이 처음이지...
그래서 학교모임에 열심히 쫒아다녔고, 여러가지 정보도 얻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학교 엄마들 모임은 득이다vs독이다 의견이 분분한데, 거기에 대해서 써보자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라기에
이쯤에서 넘어가기로 하고... 자기가 그 모임이 '재밌으면'하고, '재미없으면'하지마라!
난 그렇게 이야기 하고싶다. 어느 세계와 마찬가지로 '부질없는 인연'도 있고, '평생 인연'도 있으니)
애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다닐 때까지만 해도
내가 누구의 '엄마'로 불린다는 게 그렇게 어색했할 수가 없었다.
이 세상의 모든 OO이 엄마들과는
아이들 하원길에 만나면 꾸벅 인사나 하고 헤어지는 그런 사이였다.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고, 수십 명의 엄마들을 사적인 자리에서 마주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어도 우리는 똑같은 '여자'구나... '사람'이구나 느꼈던 순간이 있다.
그제야 비로소 누구누구 엄마에 대한 벽이 허물어졌다고나 할까.
내 인간관계의 한 페이지에 '학부형'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추가됐다.
아무튼
아이들의 학교 공식행사는 주로 오전에 이루어진다.
공개수업은 물론, 학부모회 회의, 연수 등
SNS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 과정의 시작과 동시에 모든 행사에 참석이 어려워졌다.
(그나마 학부모 상담만 오후시간에 가능했다.)
그래도 3년을 꼬박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열심히 투자(?)를 해 온 덕분인지,
아이들의 학교생활은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이 말은 즉, 내가 없어도 된단 얘기
마침 이런 나이스한 타이밍에 '마케팅 공부'의 시작이라니...
'신'은 다 계획이 있으시구나... (무교입니다!)
아이들의 뒷바라지가 빠져나간 자리는 'SNS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시퀀스로 채워졌다.
'영상편집이란 무엇인가'
드디어 나 유튜브 편집할 줄 아는 여자되기 디 마이너스 N일 전!
우리는 영상편집의 기초와
사운드, 자막, 효과넣는 법에 대해서 배웠다.
영상편집의 기초는 수없이 많은 단축키의 향연이었다.
(나 참고로 '한글'프로그램에서도 단축키 안 쓰는 녀자...)
영상 촬영 용어를 익히다보니,
촬영구성안, 편집구성안을 쓰던 때가 떠올랐다.
풀샷(FS), 바스트샷(BS)
트래킹샷, 팔로잉샷,
BGM(배경음악), 듀레이션(재생시간), 러닝타임(전체 영상의 길이)
디졸브(화면전환의 기법), 내레이션(NA), 인서트(INS) 등은
방송대본에도 자주 쓰던 용어들이었다.
하지만 '프리미어 프로'는 처음이라... 대략 난감한 상황.
방송국에서는 주로 '파이널 컷 프로'라는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프리미어 프로'는 연간 구독료를 내지만, '파이널 컷 프로'는 한 번 구매하면 추가로 돈을 지불할 일이 없다.
아마도 그 이유때문에 방송국 사람들이 모두 '파이널 컷 프로'로 편집을 시작했을 것이다.
+ 편집기로 '아이맥' 사용('파이널 컷 프로'는 애플의 운영체제인 IOS에서 최적화되어있다고 한다.)
편집은 피디가 하고, 음악은 음악감독님이 넣고, 자막은 피디나 작가가 내용을 만들면
'자막언니'라고 부르는 CG디자이너가 서체디자인을 하고,
+ 이 모든 과정을 '종합편집'이라고 하는데(편집된 화면에 음악도 넣고, 자막도 넣고, 효과도 넣는 것)
심지어 종편감독님이 따로 계심
피디님이 '종편'하는 날이 작가들에겐 쉬거나, 다음 편을 준비하는 날이었는데...
이제 내가 이 모든 걸 혼자 해야 된다니...
이걸 모두 혼자 다 해내는 '유튜버'를 존경할 수 밖에...
문제는 내가 오늘 배운 것도 오늘 까먹는 '40대'라는 것이다.
'사운드 편집' 수업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대체휴일이 줄 서있는 일주일 간의 긴긴 방학에 돌입했다.
과연 일주일 뒤에도
내가 이걸 다 기억하고 있을 수 있을까?
나는 뭔지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