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차 방송작가, SNS 신입마케터로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내 나이 서른의 끝자락인 12월...
목동의 한 방송제작사 사무실에서 처음 그를 만났다.
새로 온 '팀장'이라 소개받은 그는 나보다 일곱살이 많은 PD였다.
생김새나 옷차림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정갈하게 빗어 넘긴 그의 꽁지머리 = 헤어스타일이었다.
(당시 싫어하는 남자 1위가 '머리 긴' 남자였다.)
그런데 머리가 길던 짧던, 외모가 내 스타일이던 아니던은 전혀 중요치 않았다.
나한텐 그냥
'나보다 일곱살 많은'
'일로 만난 사이'인
'(머리 긴) 남자사람'이었던 것.
우리는 이듬해 봄에 론칭할 프로그램을 함께 제작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이 끝나갈 무렵,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했고
그로부터 2년 뒤,
부부가 되었다.
아니... 유튜브 '편집'얘기 하다가 갑자기 웬 러브스토리?
그렇다!
'편집'이라는 장애물에 맞설 나의 묘수는
PD출신 나의 남편이었던 것이다.
편집을 할 줄 아는 사람과 한 집에 살고 있는데~~~
편집을 내가 직접 하는 게 말이 안 되자나???
(네?)
'여보, 잠깐 이리 좀 와봐'
'자기 노트북에 파컷(파이널컷 프로) 깔려있다 그랬지? 이거 편집 좀 해줄 수 있어?'
나는 조용히 유튜브 '사니세상' 첫 콘텐츠의 대본과
편집용 영상소스를 들이밀었다.
'이거 1분 짜리 쇼츠니까 너무 부담은 갖지 말구'
남편은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지만,
'거절'이라는 선택권은 자신한테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있기 때문에
그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주말 안에만 업로드하면 되니까, 쉬엄쉬엄 하도록 해!'
방송국 PD출신 아빠와 작가출신 엄마의 아들 '정사니'
내가 너에게 물려줄 재산은 없지만,
적어도 미디어계에선 '금수저 강아지'라 칭해주겠다. ㅋㅋ
내 SNS인생의 장애물 같았던 '편집'과 작별하고 나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래! 비싼 돈 내고 프리미어 프로 구독 안하길 얼마나 잘 한거야???'
앞날을 제대로 내다본 나 자신 칭찬해!!
그.런.데.
이틀 뒤, 월요일 아침...
'자기 밤 샜어?'
기상과 동시에 책상 앞에서 뻘건 눈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는 남편과 마주했다.
그래, 고작 '1분짜리'라고 주말내내 팽팽 놀더니...
주말도 주말이었고 (주말엔 가족 모두가 집에 있음을 기억하자 = 편집에 집중 X)
분량도 분량이었지만 ('고작 1분인데 금방 끝내겠지'란 안일함)
남편은 PD경력 17년 + 이후 10년을 해피독TV 본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시니어급 프로듀서인 것이다.
(+ 올해 4월에 드론1종 국가자격증을 따고 새로운 도약중)
후배들이 한 편집에 이건 별로다, 저건 바꿔라 훈수나 둘 줄 알았지
자기가 직접 컷 편집을 하고 자막과 오디오작업을 하고... 이게 어디 쉽나
+ 거기에 쇼츠는 방송보다 호흡과 전환도 엄청 빠르지 않은가
와이프의 부탁에 군말없이 따라준 것 만으로도 그저 감사합니다...
'일단 나 수업가야 되니까 다 되면 메일로 보내줘!'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업로드에는 성공했지만
믿었던 도끼에 제대로 발등을 찍힌 뒤, 난 다시 막막해졌다.
그래... 누가 누굴 믿냐...
인생은 원래 독고다이! 혼자서 가는 거야.
남편은 그냥 '내'편이 아닌 '남'편으로 남겨두기로 결심했다.
<SNS 디지털마케팅 전문가과정>의 수업도 벌써 절반이 지났다.
이제 그동안 우리가 배운 것들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고민해볼
'간담회'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