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차 방송작가, SNS 신입마케터로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SNS 디지털마케팅 전문가과정' 교육생 모집]
난 홀린듯이 현수막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사전 설명회는 어제 이미 끝났고, 오늘이 서류접수 마감일인 상황.
마감까지는 3시간 남짓 남았다.
담당자가 안내해 준 대로 지원서를 다운로드 받아놓고 보니, 휑한 빈칸들이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경력사항>이야 지난 20년간 쌓아온 나의
화려한(?) 이력들을 복붙하면 되지만
<자기소개>와 <신청동기 및 수료 후 취업계획>부분에
드넓은 저 여백을 어쩔...?
하지만 작가생활 20년 짬바(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지!
이 정도에 굴복할 내가 아니다.
한시간이나 걸렸을까...? 빈칸을 야무지게 채워넣고,
딸깍! 메일 전송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저녁준비를 하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SNS 디지털마케팅 전문가과정] 면접안내
신청서류가 접수되어 면접일정 안내드립니다.
지원서 접수는 (오늘)금요일, 면접은 월요일...?
롸? 이렇게 급 진행이 된다고?
3일 뒤가 면접이다. 말이 좋아 3일이지, 주말 지나고 바로니까
사실상 '내일'쯤 되는 느낌적인 느낌이었다.
그 느낌적인 느낌에 맞게
‘월요일'은 당장에 닥쳐왔다.
[최종 면접은 '대면'으로 진행되고, 그룹 면접으로 진행되며 15-20분 정도 소요될 예정입니다.
면접 진행전에 간단한 필기테스트가 진행되며...]
문자로 받은 내용을 복기하며 면접장소로 향했다.
너무 성의없는 느낌도, 너무 차려입은 느낌도 주기 싫어서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남색 블레이저를 입었다. 말그대로 '적당히' 신경 쓴 단정한 느낌으로다가.
대기실에서는 사전에 안내된 대로 간단한 필기테스트가 진행되었다.
마케팅 관련한 기초소양문제 10문항 정도였는데,
면접관이 걷어가고 따로 결과를 알려주진 않았지만
아마도 만점을 받았을 것이다. (= 문제가 쉬웠다는 뜻이다)
대면면접은 3:3 그룹 면접으로 진행되었다.
18명 선발하는데, 77명이 지웠했다고 하니...
경쟁률은 대략 4:1
같이 면접 본 3명 중에 함께 선발된 인원은 없을
확률이 높으며,
이 3명 중에 합격자가 아예 없을 수도 있는 상황.
사전에 준비한 1분 자기소개를 마치고,
면접관의 질문을 받았다.
작가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면접을 봤지만,
사실상 방송작가의 면접이란, 내 이력서에서 이미 합격여부가 8-90% 이상은 결정되고,
대면면접은 이력서 사진과 실물의 싱크로율이랄지,
주량은 얼마나 되는지... 이런 시덥잖은 질문이 오고가는 캐주얼한 자리가 대부분이라
면접관과 3:3으로 마주앉은 이 구도도,
나와 함께 면접장에 들어온 두 지원자의
사뭇 긴장한 태도들도, 모든 것이 생경했다.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도 많이 하시고, 유튜브 웹예능도 하셨는데, 둘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 네! 둘이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릅니다.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은 자유로워 보이지만,
제한이 많아요.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도 많고요.
유튜브 웹예능은 반대로 아무 제한이 없어요.
제한이 없어서 좋은 점도 있고, 제한이 없기때문에 오히려 (창의적으로) 어려운 점도 많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해 온 다양한 콘텐츠 기획 및
제작경험이 SNS디지털마케팅과 큰 시너지를
일으킬 것임을 어필했다.
다음으로 다른 면접관으로부터 한 가지 질문을 더 받았지만,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 기억나는 건,
나를 바라보던 면접관들의 환한 미소 뿐...
그 미소를 바라보며 나는 어렴풋이 생각했다.
'아, 나는 합격하겠구나'
그로부터 나흘 뒤, 나는 합격문자를 받았다.
지원서 접수까지 반나절, 면접까지 사흘,
그리고 합격까지...
이 모든 게 단 일주일만에 벌어진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