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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당주민 Oct 17. 2023

살바도르 달리 미디어아트, 주말의 오후를 채워준 빛

초현실주의를 공간으로 확장하고 빛과 음악으로 초현실적 입체 세상을 표현

주말 오후, 시험이 끝나 빈둥거리고 있는 둘째 따님을 데리고 갈 곳을 찾다 우선 뭐가 먹고 싶은지 물어봤다. 

시험 끝나면 좀 쉬고 책 좀 읽으라고 했더니 말 안듣는다. 손에서는 핸드폰이 떨어질 줄 모른다. 밖에 나가서 뭐라도 해줘야 할 것 같다.


와이프님은 분당의 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짜증이 나있다. 어디라도 나가야 한다.

둘째 따님이 피자가 먹고 싶단다. 와이프님은 분당만 벗어나고 탁 트인 시원한 풍경만 있으면 될 것 같다. 

와이프님은 아파트 3층에 사는게 불만이다. 16년부터 3층에 살게 되면서 탁 트인 곳을 계속 동경한다.

집 살때 대충 집을 보고 결정한 나를 매번 원망한다. 난 대충 본 것이 아니고 가지고 있는 자산에 맞춘 건데. 


머리를 굴린다. 피자를 먹고 탁 트인 곳. 워커힐 피자힐이 생각났고 그리고 피자를 먹고 인근을 산책하고 마지막에 전시를 보면 되겠다.


전시를 먼저 떠올린게 아니라 식구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시험기간인 큰 따님에게 점심 알아서 먹으라는 문자를 보내고 출발한다.


가는 차에서 신호에 걸렸을 때 잠깐 달리 작가에 대해 검색해보고 운전하면서 생각해 본다. 


평범한 것을 극도로 싫어했고 본인이 스스로 천재라고 확신했고 광기있는 괴상한 사람

그리고 과다한 자신감과는 반대로 쉽게 마음을 나눌 수 없었던 외로운 소년이었고, 남들과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 초현실주의 작가로 성장한 살바도르 달리.


이 인물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기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은 매우 미천하다.


초현실주의자들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꿈, 환상, 욕망이나 무의식의 영역까지 작품에 끌어내고 했고

보이는 현실 너머, 그 이면까지 주제로 다루고자 했다. 너무 어렵지 않은가?


이주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달리의 초현실주의적 상상력은 오래전부터 이미 지금의 세계를 예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지만 그 시대에 달리의 생각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이 아무도 없었을 것 같은 가정을 해보면 억측같은 의견이라고 생각했다.


머리가 복잡했지만 차가 막히지 않았고 오랜만에 강변을 달리다 보니 가는 길은 한결 가볍고 즐거워졌다.


피자힐에 도착해서 먼저 와이프님과 따님을 내리게 해서 웨이팅 동태를 살피게 하고 주차를 하고 내렸더니 숲에서 좋은 기운이 몸으로 전달된다.

다행히도 웨이팅을 길지 않았고 주차를 하고 올라가니 모두들 시원한 풍경을 즐기고 있다.


피자힐에서 바라본 한강변


피자값은 예전에도 지금도 사악하다. 커피가 무료 리필이라 커피를 2번 리필하며 심리적 보상을 받는다. 오늘 잠은 다 잤다. 피자값은 전면에 한강이 보이고 풀 숲의 기운을 느끼는 값이다. 그렇게 생각해야 편하다.


피자힐에서 숲길을 통해 전시관으로 이동할 수 있다. 주차를 넉넉하게 넣어주어 굳이 차를 타고 이동할 필요가 없다. 전시관까지 걸어가고 전시를 보고 숲 길을 걸어보면 좋겠다. 


전시관 입구부터 포토존까지 완벽하다.

전시공간 입장 전부터 마지막 MD 공간의 디테일에서 감탄한다. 배울 것이 많다. 

적절한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의 감수성을 잘 섞어 내고 그 공간 자체에서의 전시의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경험은 매우 가치가 있다.


호텔에서 어느 정도 가이드를 주고 아주 타이트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시관 입장 전 작가, 작품 소개와 포토존은 완벽하고 동시에 전시 보기전 눈을 적응시키는 dimming zone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전시는 난해했다.

사진은 잘 나온다. 공간이 너무 복잡하지 않은가? 


서울의 풍경과 워커힐의 역사는 왜 나오는지 모르겠고 달리와의 상관관계는 무엇인가? 너무 어색하지 않은가? 작품을 논할 수 없다. 난 그런 지식이 없으니까. 항상 이런 작품들을 마주하면 겸손해 져야 한다.


그런데 구조의 난해함과 이것 때문에 몰입감이 떨어지는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도대체 시선을 어디 두어야 하는 것일까? 작품을 여러 공간에서 옮겨가며 봐야 하는 것인지 어디서 보면 전체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지 계속 헤매게 된다.


작품은 내 기준에서 대중과 타협을 거부한 것처럼 보인다. 이해해야 한다.

보여주는 작품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전시 디자이너 (잔 프랑코 이안누치 총감독)의 생각은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 자체는 좋지만 더 음향의 전달이 더 극적이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런데 와서 음악이라도 평소에 듣지 못하는 전달력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비싼 음향 장비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가정용 보다는 비싸다고 확신할 수 있다)가 제 값을 하면 좋겠다. 


작품을 간섭하고 몰입감을 방해하는 구조 (왜 2층 다리가 필요할까?)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는 복잡한 형태, 서울풍경과 워커힐의 역사, 티모넷 대표 이름이 크게 나오는 이상한 결말, 굳이 외부에 해도 될 파트너사 로고들. 불편하다.


여러 사공이 나를 알리기 위해 빚어낸 끔찍한 결과물 같다.


그럼에도 초현실주의가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그나마 장면과 장면이 바뀌며 공간 전체가 움직이는 효과를 잘 표현한 것 같아 어디에서 주어 들은 초현실적 입체감이 있다. 그걸로 만족하기로 한다.


좋았던 것은,

피자힐의 풍경, 좋은 날씨 그리고 숲길, 완벽한 전시장 도입부, 시원하고 정리 잘된 MD 공간


싫었던 것은, 

여러 사공이 빚어낸 복잡한 공간과 작품의 결말을 방해하는 홍보 참사, 초현실주의를 이해 못하는 나의 지능, 관리 안된 프로젝터


가족의 의견: 아르떼가 더 좋아요.

마음에 들었던 MD 공간


지극히 개인적 취향이고 의견입니다. 

저의 무지로 공간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였다면 어떤 비판도 받아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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