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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당주민 Oct 31. 2023

신라면 건면과 앙리 마티스
-앙리 마티스 특별전 -

과도한 콜라보레이션, 전시의 주인은 누구일까?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가, 프랑스의 '야수파'로 불리는 

앙리 마티스 서거 7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에 다녀왔습니다.


1. 서거 70주년의 의미


서거 70주년, 이 숫자를 왜 기념할까요? 

정답은 아니겠지만, 수많은 기업들, 작품을 재해석해서 판매하고자 하는 작가들이 

작품 저작권 사용이 가능해지는걸 두고 축배를 드는 첫 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2023년부터 앙리 마티스는 '팩토리'(factory)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고 

기계를 통한 무한복제와 대량생산의 비즈니스 영역으로 입성한 첫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2. 과도한 콜라보레이션, 전시의 주인이 누구일까?


그래서인지 입구부터 과도한 콜라보레이션에  눈길이 갑니다. 

전시를 다 보고 나면 머리속에 "농심 건면", "노루표 페인트"가 선명합니다.

돈으로 후원했거나 재화를 무상으로 제공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만족할 만한 전시였을 것 같습니다.

(전시 전체를 보고 나면 큰 돈이 들었다는 느낌이 없어서)


콜라보의 힘은 작가, 기업, 공간, 운영이 공유와 공존, 융합이 만들어 내는 시너지라고 합니다.

그런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작가와 브랜드간의 공존과 융합은 애매하기만 합니다. 

전시의 기대감과 관객의 관여도가 높은 도입구에서 이 전시는 누구의 전시인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대형 건면 디스플레이를 보고 티켓 부스를 만나고

앙리 마티스를 알고 나면 이번에는 소리까지 전시장을 울리는 대형 건면 디스플레이를 보게 됩니다. 전시 관람 5분 이내로.

이 첫 인상은 마지막 MD 공간까지 이어집니다. MD 상품을 만나는 첫 도입부에 선착순 20명에게 건면 5개 준다는 문구를 만납니다.

원래 이런 말 잘 못하는 스타일이라 그냥 지나치는데 같이 간 와이프님이 계속 물어보라고, 받을 수 있는지.

결국 답답했던 와이프님이 카운터에 물어봤고 못 받았습니다. 아.. 이놈의 건면.



노루표 페인트는 건면에 비하면 애교수준입니다. 

벽면마다 작가의 작품명, 해설보다 아주 노루표 페인트의 pantone color가 더 눈에 띄기는 한데

건면 때문에 이 정도는 뭐 큰 신경이 쓰이지 않습니다. 

덕분에 다음 집 인테리어에는 벽지가 아닌 페인트로 하기로 

전시장에서 의미있는 의사결정이 이루어 졌습니다.

또 전시와 기업의 경쟁에서 기업이 승리하는 순간입니다.


3. 전시에서 기대했던 건


전시에서 기대한건, 

앙리 마티스의 삶의 기록과 투병 이후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

생애 마지막 10년 집중한 아티스트북과 성당벽화의 서사가 미디어 아트 작품으로 응축되고 재탄생 되었을 것 같았는데


기대와는 달리 미디어 아트는 3대의 프로젝터로 3면을 버겁게 비추고 있고

요즘 미디어 아트의 트랜드 때문에 억지로 짜투리 공간을 활용한 것 느낌이었습니다. 

앙리 마티스의 <붉은방>과 <재즈>를 테마로 약 3분이 러닝 타임입니다. 

3면이라 3분인지 모르겠지만 중간에 쉬어가는 타임 정도로 치부해 버린 공간은 아쉽기만 합니다.



전시를 기대했던 또 다른 요소는

지금까지 전시는 전시만을 위해 존재했는데 이번 전시는 아티스트북, 오리지널 포스터, 석판화, 미디어 아트,

메종 마티스와 협업 (앙리 마티스 4대손이 19년 파리에 설립한 라이프 스타일 부티크), 마티스를 사랑하는

현대 아트스트들과의 협업 등 다양하게 준비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앙리 마티스를 다양한 시각과 관점에서 이해하고 작품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너무도 풍성한 한정식 같은 기대를 했던 것 같습니다.

이 기대는 유명 쉐프와 콜라보한 한정식 집에서 차린 가짓수는 많은데 뭐 하나 딱 맛있었다는 기억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4. 그래도 좋았던 점을 굳이 이야기 하라면


전시 마지막에 스페셜 섹션으로 국내 1호 컬러리스트인 김민경 작가의 작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빛의 색을 정확하게 표현하면서도 편안하고도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했던 것 같습니다.


그림에 욕심이 나서 가격을 물어보니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3가지 색상으로 각기 다른 색체로 구현한

The Horse, the Rider and Clown은 300만원, K-Universe는 500만원라 포기했습니다.


포스터 형태로 제작되어 많은 사람들이 예술의 일상적 가치를 공유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10만원 전후였으면 분명 구매해서 액자 작업해서 집 현관에 걸어두었을 것 같습니다.



5. 어떻게 후기를 끝낼까?


벤치마킹 후기라, 총평을 해보면.


풍성함은 좋은데, 그 풍성함의 결실이 미디어 아트로 귀결될 수 있는 전시의 설계도 좋겠습니다.

미디어 아트는 복잡함을 벗어난 실용적인 측면에서 힘들이지 않고 수동적으로 그냥 바라보기만 하면

편하게 그 전시의 전체적인 맥략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콜라보레이션은 작품이 제품이 되고 제품은 작품이 되는 상호 유용한 가치 거래이고

이를 통해 비즈니스, 사업은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 이번 콜라보레이션은 실패사례로 봐도 좋겠습니다.

관람객에게 혼선을 주고 전시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콜라보레이션은 의미가 없습니다.

향후 우리의 전시에도 콜라보레이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누가 주인인지 관객이 묻는 전시가 되어서는 안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콜라보레이션 관련하여 한양대 홍성태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단순히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획에서 생산 및 유통방식에 이르기까지 

협업하는 형태를 완성할 때, 장기적인 가치 창출의 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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