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나에게 묻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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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가 내 삶의 주인이 아니라
어딘가에 자동조정 장치를 켜 놓은 채
그저 굴러가는 하루를 살아가는 것만 같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반복되는 일을 하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조차 모를 때도 많다.
겉으로 보기엔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 한쪽은 텅 비어 있는 듯한 느낌.
오늘 필사한 문장이 바로 그 마음을 건드렸다.
“남들이 정한 방향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찾아 묻고 대답해야 한다.”
이 문장을 읽고 나에게 조용히 물었다.
‘나는 정말 어디에서 살고 싶은가?’
‘무엇을 하며 놀고 싶은가?’
‘어떤 사람들과 어울릴 때 가장 빛이 나고 편안한가?’
그리고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나는 아이들이 있는 곳이 좋다.”
아이들과 보내는 하루가 여전히 내 삶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이다. 가장 큰 기쁨이다.
"오늘 아침에 엄마한테 혼났어요. 장갑을 어떻게 끼우는지 몰라서요." 춥고 흐린 날에 "해님 이모.
우리를 따뜻하게 해 주세요" 바람 부는 날엔 "바람 삼촌 우리 추워요 바람 없애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 투정도, 웃음도, 장난기 어린 속삭임도
내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준다.
이곳은 나의 직장인 동시에 나의 사명이다.
그런데도 어느 날은 마음이 무거워진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내가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 의심하고,
글을 쓰면 늘 부족한 부분만 먼저 보이고,
욕심이 앞선 건지 마음이 울적해지기도 한다.
늘 나이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내가 잃어버린 것은 ‘직업의 즐거움’이 아니라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에게는 늘 미소를 건네면서
정작 내 안의 작은 마음에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던 것 같다.
감사로 하루를 시작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어느 날은 그 감사조차 건너뛰며
무의식적인 하루를 살고 있었던 것이다.
작은 필사 한 줄이 내 마음을 울리고 달래고.
요술을 부린다
남들의 기대에 맞추어 사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대답하며
매일 한 걸음씩 나를 세워가는 삶을 살아 가라고
메아리친다.
그 작은 발걸음이
자동조정장치에서 벗어나
내 마음과 다시 일치하는 삶으로
나를 이끌어 줄 것이라고 큰 용기를 준다.
결국 나를 지키는 일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나에게 솔직해지려는 작은 용기 하나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았다.
내 안에서 잠자고 있는 진정한 나를 깨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