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로서의 방황.
요즘의 나는 참 많이 노력하고 있다.
정말 좋아서 읽는 독서에서부터 철학 공부까지..
그렇게 쉬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자주 허전하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왜 이렇게 남는 게 없는 것 같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분명 노력은 하고 있는데 방향이 맞는지 확신이 없어, 마음만 먼저 지쳐버린 때도 있다.
괜히 나만 뒤처진 것 같고,
이 나이에 이런 방황을 하고 있어도 되는 건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날도 잦아진다.
나는 원래 실수를 두려워하는 편이다.
틀리지 않으려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가능하면 안전한 길만 선택하며 살아왔다.
확실해 보이는 선택, 이미 검증된 길을 고르면서
그게 성실함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삶은 이상하게도
그런 나를 조용히 다른 길로 데려가기도 한다.
회의시간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과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았던 결정들 앞에서.
그때 속으로 생각했다.
'아, 이런 일이 왜 갑자기 일어나는 걸까'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 순간들이 나를 망가뜨린 게 아니라
오히려 나를 나 자신에게 더 가까이 데려왔다는 것을.
그러다 이 문장을 다시 만났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이 말을 읽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다.
방황은 잘못이 아니라
노력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사람은 방황하지 않는다.
길을 나서지 않으면
길을 잃을 일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멈춰 있는 게 아니라
확신 없이도 계속 걷고 있는 중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인간은 극복하는 존재라고.
그래서 고통을 피하지 말고
고통을 통과하라고,
가능하다면 고통을 즐기라고까지 한다.
요즘의 나는
그 고통을 충분히 겪고 있다.
버겁고, 답답하고,
때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노력 같아
혼자 속상해질 때도 많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이런 것들을 내려놓고 싶지는 않다.
문득 이런 질문이 생긴다.
이 고통의 끝에는
정말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확실한 대답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아무 고통도 거치지 않은 행복은
아마 오래 남지 않을 거라는 것.
지금의 방황이,
지금의 이 불확실한 시간이
언젠가 돌아봤을 때
“그래도 잘 가고 있었네” 하고
나를 안심시켜 줄 날이 오리라 믿는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행복을 서두르지 않기로 한다.
방황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한다.
지금도 노력하고 있고,
그만큼 방황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어딘가로 가고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늘은, 조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