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이브, 산타가 정말 왔다
크리스마스이브,
갑자기 산타가 어린이집에 나타났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 한마디에 교실은 순식간에 야단법석이 되었다.
작은 아이들은 울고불고,
언니 오빠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지른다.
기다리던 순간이 정말로 온 것이다.
“우리 친구들, 날 기다렸나요?”
“네~~~에!”
파란 안경에 하얀 수염의 산타 할아버지는
무겁게 메고 온 선물 보따리를 내려놓으며 말한다.
“아이고 다리야. 굴뚝을 빠져나오느라 다리가 아픈데
누가 할아버지 다리 좀 주물러 줄 친구 있나요?”
낯선 얼굴인데도
“저요! 저요!” 하며 달려드는 아이들.
웃음이 터진다.
“보자 보자아,
누가 엄마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냈는지,
선생님 말씀 따라 장난감도 잘 정리했는지…
이 할아버지는 다 알아요.
항상 너희를 보고 있었거든.”
아이들의 귀가 한꺼번에 쫑긋 선다.
“아침에 양치 안 하겠다고 떼쓴 지온이도 있고,
밥 먹기 싫다고 도망 다녀
선생님이 쫓아다니며 먹인 태윤이도 있구나.”
그때 한 아이가 굳은 얼굴로 말한다.
“딴타 할아버지,
오늘 아침 어린이집 오기 싫다고 울었는데요…
이제 안 그러께요.
저도 선물 두세요.”
잘못을 먼저 고백하는 아이,
따라서 “저도요, 나도요” 하는 아이들.
이렇게 예쁜 마음 앞에서
어떻게 선물을 안 줄 수 있을까.
아이들의 눈은 더 동그래지고
교실은 반짝이는 웃음으로 가득 찬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나도 아이들처럼
산타를 기다려 보고 싶어진다.
누가 내 마음을 알아보고
따뜻한 목도리 하나라도 건네준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웃음이 난다.
아니, 아니지.
이제는 내가 산타가 되어야 할 나이다.
크리스마스가 와도
마음은 꽁꽁 얼어 있는 사람들 곁으로
난로 같은 산타가 되어
조용히 희망을 나누고 싶어진다.
문득
『크리스마스 캐럴』 속 구두쇠 스크루지가 떠오른다.
꼭 쥔 손을 조금만 풀었을 뿐인데
세상이 환해졌던 그 밤처럼,
우리도 마음을 내어놓으면
세상은 아직 충분히 따뜻해질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천사가 될 때
가장 기쁘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꼭 60년이 걸렸다.
눈이 오든 오지 않든
어린이집에는 늘 겨울 잔치가 열린다.
아이들의 웃음은 함박눈처럼 쏟아지고
그 기억은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런데 오늘 산타잔치에서는
또 하나 잊지 못할 장면이 있었다.
평소에는
자기보다 작은 아이들을 밀고
선생님 말도 잘 듣지 않던 아이가,
산타 할아버지가 나타나자
무섭다며 멀찍이 떨어져 울고 있다.
선물을 받을 차례인데도
끝내 다가오지 못한다.
자기보다 훨씬 작은 아이들이
선물을 받고 웃고 있는데도
큰 형님반 아이가 우는 모습에
선생님들은 웃음을 참지 못할 정도다.
그 얼굴은
자기 잘못을 스스로 알고 있는 아이의 얼굴이다.
산타에게 선물 못 받을 이유를
마음이 먼저 알고 있는 얼굴.
산타 할아버지가
아이들과 공을 차며 놀아주는데도
그 아이는 소리친다.
“오지 마! 오지 마!
산타 할아버지 나한테 오지 마!”
아이이기에 가능한 모습.
커서는 하라고 해도 못 할 행동이다.
'그래그래 이때 안 해보면, 언제 해보겠니.
잘했어, 범하야.
그 울음도, 그 도망도
다 네가 자라고 있다는 증거야.'
아이들은 이미 안다.
자기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어른의 역할은
그걸 혼내는 게 아니라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일이라는 걸
오늘의 산타잔치가 가르쳐 주었다.
오늘의 산타는
아이를 혼내러 온 사람이 아니라
아이를 사랑하러 온 어른이다.
올해도 이렇게
산타잔치는 끝나고,
아이들의 크리스마스는
추억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