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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이 주는 선물

by 김성자예쁜


요즘 ‘배고픔’을 느껴본 게 언제였을까?

냉장고 문만 열면 뭐든 나오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배고픔보다 다이어트가 더 큰 고민이다.

없어서 못 먹는 게 아니라, 있어서 안 먹는 세상.

참 감사한 일이지만, 때로는 그 편안함이 우리를 무디게 만든다.


예전에 들은 말이 있다.

“뼈저리게 배고파 봐야 진짜 편안함을 안다.”

그 말을 요즘 들어 점점 더 실감한다.


캠핑장에서 먹던 즉석식품을 떠올려 본다.

냉동 건조된 다진 고기는 녹으면서 사슴 똥처럼 굴러다니고,

치즈는 회반죽처럼 끈적거려 손톱으로 긁어내야 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의 그 맛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다.

허기 앞에서는 그 어떤 음식도 ‘진수성찬’이 된다.

배고픔은 최고의 조미료라는 말이 딱 맞다.


가끔은 잠자리에 들기 전, 배가 고플 때가 있다.

그럴 땐 ‘내일 아침 맛있게 먹자’며 스스로를 달래본적 많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공복의 밤은 파도처럼 찾아와

높아졌다 무너지고, 다시 높아지는 끝없는 유혹의 파도다.

결국 냉장고 불빛 앞에 선 나를 발견할 때도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배고파서 먹기보다

“아침이니까, 점심이니까, 저녁이니까” 먹는다.

지루하거나 스트레스받을 때도, 그냥 습관처럼.

일본에서는 이런 걸 ‘구치사비시(口寂しい)’라고 부른다.

입이 심심해서 먹는다는 뜻이다.

딱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돌아보니 단 하루 이상 굶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건강검진 전날 외에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배고픔을 두려워하고, 불편함을 피하려고만 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 불편함이 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몸이 불편해야, 마음이 깨어난다.

허기가 찾아올 때, 몸이 아닌 의지가 깨어난다.


비만은 수명을 단축시키지만,

무조건 굶는 다이어트는 오래가지 않는다.

결국 ‘불편함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힘’이

진짜 건강의 시작이 아닐까 싶다.

운동도, 식습관도, 변화는 언제나 약간의 고통을 동반한다.

그 불편함을 즐길 수 있을 때,

비로소 몸과 마음이 함께 가벼워진다는 걸 느낀다.


오늘 아침, 약간의 허기를 느끼며 깨달았다.

불편함은 나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편안함의 씨앗이라는 걸.


나에게 묻고 싶다.

“편안함의 대가로 우리는 무엇을 잃었을까?”

그리고, “불편함으로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오늘은 배고픔을 적당히 친구 삼아 본다.

그 속에서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불편함이 주는 선물, 그것이 진짜 행복의 시작이란 걸 느낀 아침..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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