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던 나에게 쓰는 편지

당신도 사라지지 말고 살아줘

by 단월

안녕, 그때의 나.
죽고 싶다고 되뇌며 출퇴근길 고속도로에서 가드레일을 처박으려 했던 너에게 이 편지를 쓴다.

그 시절
너는 진심으로 믿고 있었지.
“나 하나쯤 사라져도 세상은 잘 돌아갈 거야.”
아니, 어느 순간부터는
“차라리 내가 사라지기를 사람들이 바라고 있을지도 몰라.”
그 생각이 진실처럼 느껴졌을 거야.

어떤 말도 위로가 안 됐고
어떤 미래도 너를 설레게 하지 못했지.
그저 조용히 사라지고 싶었을 뿐이었어.

그런데
놀랍게도 너는 살아남았어.

살기 위해 선택한 아이가 생겼고
그 아이를 낳아 기르며
살아가는 일이 다시 시작됐어.

매일 아이의 숨소리를 확인하고
조심스레 품에 안고
작은 손톱 하나 상하지 않게 살피며
너는 그렇게 누군가를 지켜냈지.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깨달았어.
너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존재였다는 걸.
엄마 아빠에게, 누군가의 딸로서
그토록 애지중지 돌보아졌던 사람이라는 걸.

만약 그때 진짜로 너를 잃었다면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그래.
살아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이제 너는 그때와는 조금 달라졌어.
살기 위해 시작한 인생이
누군가를 살리고 싶은 삶으로 바뀌었거든.

예전엔 권총과 수갑을 들었지만
이제는 말과 글로 사람을 살리고 싶어졌어.
그때 상담사가 너에게 해줬던 것처럼
누군가의 인생에 전환점이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

말이 건네지지 않아도
손이 닿지 않아도
그저 이 편지 한 장이 누군가를 멈추게 하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어.

그러니 그때의 나야
잘 견뎌줘서 고마워.
살아줘서 고마워.
그리고 앞으로도
잘 살아가자.

그러니까 제발,
사라지지 말고 살아줘. 부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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