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니? 애들 맛있는 거 사주라고...
지들 할머니가 살아 계셨으면 어린이날이라고 여기저기 좋은데 놀러 가고 좋은 거 사주고 할 텐데 ‘
친정엄마의 문자 한 통이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자주 못 보니 어린이날이라고
용돈을 보내주셨다
친정엄마 말대로 시엄머니께서 애들 다 키워주시고 무슨 날이라고 이것저것 사주시고 애들 데리고 놀러 가시고 다 해주셨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시아버지, 시누이 모두 다 뿔뿔이다
“엄마 안 그래도 퇴근하면서 전화 할라 그랬지”
문자 답이 없으니 궁금해 전화를 거신 모양이다
“뭘 또 돈을 보내셨어요”
“아니 애들 친할머니가 항상 챙겨 주셨는데
이제 안 계시니 그것들 얼마나 안쓰럽냐... “
”너네는 너네대로 안쓰럽고 니오빠 애기들은 또
아빠 먼저 보내고 그것들도 안쓰럽고... “
시어머니께서 담낭암으로 떠나시고
몇 달 지나지 않아 친정오빠까지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친정엄마는 우리 집 오빠집 아이들이 눈에 밟혀
목소리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에이 뭐 다 살아가잖아 없으면 없는 대로”
애써 담담한 척 엄마를 달래 본다
사실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닌데...
조카들이 눈에 밟혀 하루라도 생각 안 한 적이 없다
아빠 없는 빈자리를 한참 사춘기
중학생 아이들에게 뭘 어떻게 해줄 수 없어
더욱 생각이 난다
그러나 어쩌겠나
빈자리를 메꾸어 가며 살아 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