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을
핸드폰 알람 소리에 큰딸의 뒤척임과
저벅저벅 겨우 몸을 일으켜 베개를 들고 거실로 나가더니 다리사이에 베개를 끼고 또다시 소파에 몸을 눕힌다
3일의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일상의로의 복귀는 어렵다
아이들 등교 준비로 나부터 정신을 차리고 어제까지의 파티를 정리해 본다
첫째가 등교한 후 둘째를 채비시킨 후 시골 할머니 댁에서 여기저기 모기에게 물린 곳에 약을 발라준다
"엄마 나 신호등까지만 데려다주면 안 돼?"
학교까지는 10분 정도 신호를 하나 건너야 하는데
연휴의 후유증인 건지 혼자가 길 싫어한다
'나도 좀 있다 출근해야 하는데 가기 싫다'
그맘 알 거 같아 같이 준비를 하고 나선다
아직도 잠이 덜 깬 거 같은 초점 없는 눈빛에 커다란 책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모습이 말은 안 해도 영락없이 가기 싫다를 외친다
에고 안쓰러운 것 태어났으니 너도 살아가려고
애쓰는구나
바로 앞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고 신호가 바뀔까 봐
얼른 건너 보낸다
얼떨결에 건너간 아이와 신호등 사이를 가르며 서있는 딸은 손을 흔들고는 뒤돌아 등교하는 아이들 틈에 섞여 걸어간다
혹시나 뒤돌아 보지 않을까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발길을 돌린다
이런 순간들이 참 묘한 감정과 기분으로 땅과 하늘을 보며 한숨 지을 때 50m 앞쯤 걸어오는 80대 할머니가 바로 앞 벤치에 앉으면 가방을 턱 내려놓는다
그 조그만 가방 하나가 거추장스럽고 무거웠던 게
느껴지며 초등학교 1학년 아이와 할머니를 교차로
생각하게 된다
살아간다는 거
뭔가 갑자기 마음이 분주해진다
뒤돌아서면 나도 저 벤치의 할머니같이 그 자리에
앉아있을 것만 같았다
오늘도 빨리 나의 삶을 찾자
하루하루 나의 진짜 삶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곡괭이질 하는 하루가 짧다
오늘 하루
내일도 또다시 처음 해본 곡괭이질처럼 살아가리
아까운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