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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브엄마 Sep 13. 2022

연휴

벌써 가을

핸드폰 알람 소리에 큰딸의 뒤척임과

저벅저벅 겨우 몸을 일으켜  베개를 들고 거실로 나가더니 다리사이에 베개를 끼고 또다시 소파에 몸을 눕힌다

3일의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일상의로의 복귀는 어렵다

아이들 등교 준비로 나부터 정신을 차리고 어제까지의 파티를 정리해 본다

첫째가 등교한 후 둘째를 채비시킨 후 시골 할머니 댁에서 여기저기 모기에게 물린 곳에 약을 발라준다

"엄마 나 신호등까지만 데려다주면 안 돼?"

학교까지는 10분 정도 신호를 하나 건너야 하는데

연휴의 후유증인 건지 혼자가 길 싫어한다

'나도 좀 있다 출근해야 하는데 가기 싫다'

그맘 알 거 같아 같이 준비를 하고 나선다

아직도 잠이 덜 깬 거 같은 초점 없는 눈빛에 커다란 책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모습이 말은 안 해도 영락없이 가기 싫다를 외친다

에고 안쓰러운 것 태어났으니 너도 살아가려고

애쓰는구나

바로 앞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고 신호가 바뀔까 봐

얼른 건너 보낸다

얼떨결에 건너간 아이와 신호등 사이를 가르며 서있는 딸은 손을 흔들고는 뒤돌아 등교하는 아이들 틈에 섞여 걸어간다

혹시나 뒤돌아 보지 않을까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발길을 돌린다

이런 순간들이 참 묘한 감정과 기분으로 땅과 하늘을 보며 한숨 지을 때 50m 앞쯤 걸어오는 80대 할머니가 바로 앞 벤치에 앉으면 가방을 턱 내려놓는다

그 조그만 가방 하나가 거추장스럽고 무거웠던 게

 느껴지며 초등학교 1학년 아이와 할머니를 교차로

생각하게 된다

살아간다는 거

뭔가 갑자기 마음이 분주해진다

뒤돌아서면 나도 저 벤치의 할머니같이 그 자리에

앉아있을 것만 같았다

오늘도 빨리 나의 삶을 찾자

하루하루 나의 진짜 삶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곡괭이질 하는 하루가 짧다

오늘 하루

내일도 또다시 처음 해본 곡괭이질처럼 살아가리

아까운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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