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탄생
글쓰기를 운동처럼 해야 한다고, 또 공지글이 떴다.
내가 이 브런치스토리에 로그인을 하지 않는 긴 시간 사이, 종종 공지사항에 '운동처럼 해 보라'고 격려하는 글이 도착한다. 그래, 나도 그러고 싶어. 그런데 쓸 말이 없는데...
사실 글쓰기는, 나의 하루 중 가장 나중 하고픈 일 중의 하나이다.
백수의 나날은 모두가 알다시피 진짜 바쁘다. 일주일이, 한 달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하루?
하루는 더 하다.
무슨 일을 했는지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바쁘게 지나간다.
나의 하루는 이렇다.
오전 7시 30분. 알람은 울리지만 깨지 못한다. 지난 밤도 1시가 휠씬 지나서 잤다.
에어컨을 끄고 자면 더워서 깨고, 켜고 자면 목이 칼칼해져서 깬다.
저, 저 에어컨, 작년에 설치한 건데, 최신식 좋은 기능이 많이 있을 텐데...
걸 잘 이용하지 못하고 옛날식으로 고통 받으며 잠을 설친다. 그래도,
8시 즈음엔 잠자리를 떨치고 손가방 하나 들고 집 앞 공원으로 나간다.
공원엔 어르신 운동기구 12종이 설치되어 있다.
잠 깨자마자 스트레칭하기엔 최적의 장소. 바로 집 앞이라 눈꼽은 물론 거의 실내복 차림이라 출근하는 이들이 옆으로 지나갈 때는 머쓱해진다. 그래도 '나는 출근하지 않아서 정말 좋다' 는 생각이 부끄러움보다 앞선다. 등교하는 아이들의 이런 저런 모습까지 관찰하면서 근 1시간 정도를 그렇게 보낸다.
9시 지나 집에 들어오면, 샤워를 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휴대폰과 함께 아침 루틴을 시작한다.
'토스'나 '신한Sol' '케시워크' 같은 앱을 찾아다니며 오늘의 포인트를 주워 모은다. 이거 시간이 꽤 걸린다.
게다가 포인트 수집하다가 눈팅으로 다른 사이트를 들어가게 되어 한참을 둘러보고, 유튜브까지 ..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나기도 한다. 그렇게 모은 포인트를 시간당 인건비로 계산하면 40~50원 정도 수입이 되는 듯 한데, 일일 평균 50 여원을 벌겠다고 나의 소중한 시간 두어시간을 그렇게 쓴다. 그래도 그 루틴, 버려지지 않는다. ㅎㅎ
그러다 배가 고파지면 뭔가를 차려먹고, 약 먹고, 싱크대 주변 정리하면서 부엌놀이를 하게 된다.
이런 일은, 아침이든 저녁이든 더 이상 참지 못하는 어떤 지경이 되면 저절로 척척척 움직이게 되는 일들이다. 설겆이, 걸레질, 영수증 정리 또는 물건 제자리 찾아두기 등을 마음이 꽃히는 순간 수행한다. 아무래도 주부의 관성으로 이런 일에 꽤 자주 빠져 시간을 보낸다.
점심 식사는 아무 때나. 아침도 먹지 않았으니 아무 때나 먹어도 된다고 내게 후하게 대한다.
냉장고에서 과일을 꺼내 먹고, 떡도 녹여먹고, 꾸역꾸역 주어넣는다. 그렇게 먹으니 제대로 시간을 정해 먹는 세끼 식사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
오후엔 종종 외출이다.
씻고, 화장도 해야 한다. 교회 봉사를 나가기도 하고, 병원 진료도 받기도 한다. 뭘 입고 나갈까 하다가
며칠 밀린 빨래가 보고 세탁기를 돌리나, 더 두고 모아야 하나.. 고민하면서 시간을 쓴다.
외출에서 돌아온 뒤에는 앉아 쉬고, 또 휴대폰 들고 문자나 카톡을 본다.
나가지 않은 때는 친구나 가족들과 통화도 하고, 며칠엔 한 번씩은 가계부도 정리한다.
집안 일조차 별로 할 것이 없다고 생각될 때는 책을 읽는다. 그러나 백수의 자유, 낮잠이 금방 나를 부른다.
책을 읽겠다고 태블릿 들고 소파에 앉았다가 그대로 옆으로 고꾸진 체 잠들기 일쑤다.
허리나 목이 아파서 더 견디지 못할 즈음 잠에서 깬다.
그렇게 하다보면 소중한 오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그러다가도 해 지기 전에 어서 .. 하면서 피아노 앞에 앉는다.
바로 매일 1시간은 쳐야한다고 스스로 다짐은 피아노 치기. 더 열심히 더 오래 연습하고 싶지만 1시간 채우기도 무척 어렵다. 허리도 아프고 또 바램과는 달리 지루해지기도 한다. 어찌되든 저녁 8시 반 쯤엔 수영장을 향하여 집을 나가야 하므로, 피아노치기와 저녁밥 먹기는 그 전에 끝낸다.
저 멀리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건물들의 야간 조명이 휘황하게 비춰지면 수영장을 향하여 나간다.
그렇게 나가서 보통 10시 반에서 11시 사이에 집에 돌아온다.
수영을 하고 나면 몸의 모든 기능이 활기가 생겨 늦은 밤인데도 기운차다. 집에 와서 그때부터 먹고, 밀린 부엌 설거지도 해치우고, 낮에 빨래줄에서 거둬 두기만 했던 옷가지들도 정리한다. 아무래도 빨래 정리 같은 단순 노동은 TV와 함께... 이러면서 TV를 켠다. 그렇게 시작된 TV보기는 새벽 1시를 가뿐히 넘긴다.
오랜 직장 생활의 습관 덕으로 너무 늦은 시간까지 앉아있으면 불안감이 몰려올려온다.
그래서 부랴부랴 잠자리에 들지만, 잠이 금방 오지 않아 책을 펼친다. 물론 태블릿으로 보는 전자책이다.
늦은 밤, 눈은 피로를 알고 있으므로 10분을 읽기도 어렵다. 역시 책이란, 종이로 만든 것이든 전자책이든.. 잠을 부르는 도구로는 최고다. 이렇게 전차책으로 잠을 부르며 눈을 감으면 하루가 끝난다.
이런 나날이 보통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토요일은 약속도 있으니 평일보다 더 외출 지향적이다.
일요일. 나의 일요일은 거룩한 주일.
교회가 끝나면 구순 친정엄마께 방문하여 살림을 돌봐드리는 일정까지 해내야 나의 주일 하루가 채워진다.
이른 아침에 교회를 향한 나의 외출은 저녁 무렵이 되어야 마감되니 평일보다 더 피곤하다.
얼른 저녁 먹고, 씻고,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한 주일 고생한 나에게 상으로 TV 보기를 허락한다.
봐봐 TV, 마음껏!
이러니...
직업 없는 백수 생활인데도 글 읽을 시간이 별로 없다.
글 쓰는 시간은?
그건 정말 더 더 없다.
시간을 딱 정하지 않고서는 언제, 노트북 펼치고, 브런치 스토리 앱 찾아가 "글"을 쓴단 말인가.
정기적이고 지속적이지만 정말 쩨쩨한 일상은 잘 지키고 있는데,
글쓰기는 그런 자잘한 매일의 루틴 때문에 '나의 가장 나중 하는 일' 이 되었다.
그리고 '가장 나중에도 하지 않는 일'이 되기도 한다.
직업이 되도록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나의 가장 나중 하는 일'이 되어버린 글쓰기,
워쩔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