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는 어른과 다른 신호가 있다.
아니, 어른들도 가지고 있는 것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고 흘러 그런 신호를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내는 법을 배워서 그리 많이 사용하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그 신호는 '한숨'이다.
아이들은 마냥 떼를 부리고 마냥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것 같지만, 실상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기분은 뭐지?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잘 모른다. 그래서 무작정 떼를 쓰거나 토라지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침묵을 선택한다.
그러면 어른들은 알아챌 방도가 없다. 무엇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지, 아니 별일 없다고 생각하지만 속은 상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아 그 다친 마음을 만져줄 수 있는지 말이다.
근데 알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다.
바로 '한숨'이다.
아이들은 한숨을 잘 쉬지 않는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 어른들만큼 고달프고 힘든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일까?
어쨌든 그 가운데 한숨을 '후'하고 내뱉는다면 속에 뭔가 말 못 한 응어리가 있는 것이다.
그걸 알아채야 한다. 그래야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남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다.
나는 되도록 아이의 생각을 잘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근데 내 생각에 빠져 있거나 다른 바쁜 일이 있을 때 아이들의 신호를 놓칠 때가 있다. 첫째, 둘째 마음을 만져주려다 간혹 '이 아이는 괜찮을 거야' 나 혼자 지레 짐작하고 안심하는 아이가 있다. 그때 놓칠 수 있다.
우리 아이가 한숨을 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쉬더라도 엄마인 내가 조금 더 알아차리고 그 마음을 보듬어 주고 만져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유튜브에 강형욱의 보듬 TV를 가끔 본다. 엄정화가 자신의 반려견인 '슈퍼'를 데리고 나와서 자식(?) 자랑을 한다. 자식 자랑은 돈 내고 해야 한다는데 내가 볼 때 엄정화가 슈퍼를 자랑하는 모습이 전혀 밉지 않았다. 너무 사랑스러워하는 모습은 그 반려견의 외모가 아니라, 그 개 자체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아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 애완견이 아니라, '반려견'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개도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는 주인을 알아보고 함께하고 마음을 나누는데 내 아이에게 그 마음을 내어줄 자리가 없다면 그건 너무나 미안한 일이다.
나는 완벽한 엄마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마음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프더라도 그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만져주고 밴드를 붙여주며 "많이 아팠지?" 눈을 보고 말해주는 그런 엄마 말이다.
숨 쉬는 것. 숨을 잘 쉬었으면 좋겠다.
나도, 남편도, 우리 아이들도. 그리고 다른 모든 아이들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어른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잘 만져주면 좋겠다. 슈퍼를 돌보는 엄정화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