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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반 홍교사 Apr 29. 2024

아이들에게는 어른과 다른 신호가 있다.

아니, 어른들도 가지고 있는 것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고 흘러 그런 신호를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내는 법을 배워서 그리 많이  사용하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그 신호는 '한숨'이다.

아이들은 마냥 떼를 부리고 마냥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것 같지만, 실상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기분은 뭐지?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잘 모른다. 그래서 무작정 떼를 쓰거나 토라지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침묵을 선택한다.


그러면 어른들은 알아챌 방도가 없다. 무엇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지, 아니 별일 없다고 생각하지만 속은 상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아 그 다친 마음을 만져줄 수 있는지 말이다.


근데 알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다.

바로 '한숨'이다.


아이들은 한숨을 잘 쉬지 않는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 어른들만큼 고달프고 힘든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일까?

어쨌든 그 가운데 한숨을 '후'하고 내뱉는다면 속에 뭔가 말 못 한 응어리가 있는 것이다.


그걸 알아채야 한다. 그래야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남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다.


나는 되도록 아이의 생각을 잘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근데 내 생각에 빠져 있거나 다른 바쁜 일이 있을 때 아이들의 신호를 놓칠 때가 있다. 첫째, 둘째 마음을 만져주려다 간혹 '이 아이는 괜찮을 거야'  나 혼자 지레 짐작하고 안심하는 아이가 있다. 그때 놓칠 수 있다.


우리 아이가 한숨을 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쉬더라도 엄마인 내가 조금 더 알아차리고 그 마음을 보듬어 주고 만져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유튜브에 강형욱의 보듬 TV를 가끔 본다. 엄정화가 자신의 반려견인 '슈퍼'를 데리고 나와서 자식(?) 자랑을 한다. 자식 자랑은 돈 내고 해야 한다는데 내가 볼 때 엄정화가 슈퍼를 자랑하는 모습이 전혀 밉지 않았다. 너무 사랑스러워하는 모습은 그 반려견의 외모가 아니라, 그 개 자체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아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 그대로 애완견이 아니라, '반려견'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개도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는 주인을 알아보고 함께하고 마음을 나누는데 내 아이에게 그 마음을 내어줄 자리가 없다면 그건 너무나 미안한 일이다.


나는 완벽한 엄마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마음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프더라도 그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만져주고 밴드를 붙여주며 "많이 아팠지?" 눈을 보고 말해주는 그런 엄마 말이다.


숨 쉬는 것. 숨을 잘 쉬었으면 좋겠다.

나도, 남편도, 우리 아이들도. 그리고 다른 모든 아이들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어른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잘 만져주면 좋겠다. 슈퍼를 돌보는 엄정화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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