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쉬는 날이어서 첫째는 아빠와 마술공연을 보러 갔고, 둘째는 집에 있고 싶대서 나와 함께 집에 있었다.
참 신기한 게 첫째는 어디든 "갈래?" 하면 "좋아~"하고 따라오는 편인데, 둘째는 "갈래?" 하면 "아니~"하는 편이다.
첫째는 두루두루 관심이 많고 호기심이 많아서 뭐든 해보려고 하고, 시작한 것은 꾸준히 끝까지 하는 편이고, 둘째는 뭘 하나 하면 잘하고 싶어 하고 정말 잘하는 데, 한번 무언갈 시작하려고 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마음이 충분히 들 때까지 예열 시간이 필요하다.
어찌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그래서 순응하길 잘하는 첫째에게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말해주고, 자기 생각이 확실한 둘째에게는 "지금은 이것과 이걸 할 수 있어."라고 말해준다.
지난 주말에 시부모님과 고모네, 우리 가족 모임이 있어서 동네에서 밥을 먹고 조카들과 아가씨 부부가 우리 집에 잠깐 왔었다. 6살 남자 조카가 보드게임판을 떨어뜨렸는데 첫째가 얼른 뛰어가더니, "괜찮아, 내가 주워줄게." 말했는데, 그걸 본 아가씨가 첫째에게 착하다고 하는 거다.
사실 나는 내 아이가 '착하다'로 강화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부터 챙기고 그다음에 다른 사람을 챙기는 게 맞는데, 착하다는 말은 자신을 챙기는 거보다 남을 챙기는 것에 외적 강화를 받기 때문에 나중에는 진짜 선의가 아니라, 칭찬받기 위해 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째에게는 항상 "네 생각대로 해"라고 말하고 기다려준다. 다른 사람들은 착하다고 말해줘도 엄마인 나만은 그렇게 칭찬하지 않으리라.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말해 주리라. 다짐한다.
그렇게 말해줘도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아이라는 걸 아니까 말이다.
둘째는 야무지다. 7살 아이가 자기 일을 참 똑 부러지게 해낸다. 유치원 버스를 타면 어릴 때부터 자신의 안전벨트는 자기 손으로 채우던 아이이다. 도와 달라는 말을 하기 전에 자기가 해낸다. 그래서 나는 둘째에게 "혼자 하기 힘들면 선생님께 도와달라고 말씀드려도 돼."라고 말해준다.
유치원에서 자기 잠바를 옷걸이에 혼자 걸어야 되니까 지퍼가 쉽게 채워지는지, 혼자서도 채울 수 있는지 집에서 미리 연습해 보고 가는 아이라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 자기표현이 확실한 둘째에게는 모든 순간에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다는 걸 얘기해 준다. "지금은 이것과 이걸 할 수 있어. 그중에 어떤 걸 할래?" 이렇게 말이다.
둘째가 무언갈 하면 누구보다 잘 해낼 아이란 걸 부모인 나는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시간은 어른의 시간과 또 다를 것이다. 앞으로 경험하게 될 새롭고 신기한 것들이 무궁무진할 것이다. 각자의 아이들이 가진 그 아이만의 보석이 다 다를 것이다. 비교하지 말자. 욕심부리지 말자. 다만 아이만의 시간에 더욱 반짝일 것을 믿고 기다려주자는 마음이다.
다 다르기에 참 감사하다. 그래서 육아는 참 힘들지만 또 행복하다. 아이들만의 고유한 빛깔이 참으로 기대가 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