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여행을 다녀오고 그다음 주에도 빽빽한 일정들로 바쁘게 지내던 중 몸이 안 좋다. 감기에 걸렸나 싶어서 약을 타왔는데, 속이 울렁거리고 토가 나와 그날밤부터 물 한잔 삼킬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동네 가정의학과에 가서 수액주사를 맞고 좀 진정되나 싶었는데 다시 열이 오른다.
콧물도 뚝뚝, 기침도 나오는 게 열감기인가 싶어 타이레놀이 들어간 감기약을 먹으면서 버텼다.
다음날 컨디션이 좋아지길 바라며 말이다. 그런데 열은 계속 나고 게다 39.5의 고열.
주말이던 어제 남편이 응급실로 가보자고 했다. 아이들은 잘 때 어떻게 하며 하루종일 엄마 아파서 얼굴 한번 못 보고 바깥으로 돌아다녔는데 너무 미안했지만 일단 가보았다.
패혈성 폐렴
나이 든 어르신이라면 한순간에 돌아가실 수도 있는 그런 종류라는데 난 나이가 아직 어리니 입원치료를 받자고 하셨다.
주마등처럼 우리 애들 등교, 등원은? 옷 뭐 입히는지,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를 텐데, 준비물이랑 숙제는? 하교, 하원과 학원 등은 누가 해주고?
아, 내가 없으면 안 되는데...
"선생님 꼭 입원을 해야 하나요?"
"죽을 수도 있어요"
".........."
그렇지. 죽으면 안 되지. 내가 죽으면 안 되는 거지.
머릿속은 하얗고 마음은 복잡한데 처음으로 구급차를 타보고 대학 병원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