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챙겨야 할 것도, 해야 할 일들도 참 많다.
다이어리의 일정들을 확인하고 미션 클리어 하다 보면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가고, 한 달이 지나간다.
지나기 전에는 '아, 부담스러운데' 싶었던 일정들이 지나고 보면 또 아득히 지나간 추억이 되어 버리는 것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뭐 그리 걱정했나'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지나고 보면 별 거 아닌 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어른인 내가 보기에도 아이들의 일정은 참 단순하지 않다. 가장 기본이 되는 학교나 유치원을 다녀오고, 중간에 학원도 가고, 또 특강도 듣고, 주말에는 계획된 가족 나들이나 아니면 교회 활동 등에도 참여하는 등 아이들의 하루 또한 빡빡하다.
나는 되도록이면 아이들의 삶이 단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아이가 꼭 가야 하는 학교나 유치원 가기는 의무이지만, 그 외의 일들은 아이의 상황에 따라서 조절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되도록 학원을 보내지 않고, 그래서 되도록 방과 후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서 하도록 두는 편이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쉬면 안 될까?
빽빽한 일정으로 채워야만 안심이 되는 건 어른의 불안함은 아닐까.
무얼 해야 할지 몰라서 영상을 보기도 하고 소위 어른들의 눈에는 성에 안 차는(?) 행동들을 할 수 도 있겠지만, 그것이 정말 아이들에게 쓸데없는 일들일까.
'쉼'이란 무엇일까.
내가 주체가 되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그 시간을 내 나름대로 즐겁게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 또한 아이의 삶의 주체니까 당연히 그렇게 쉬어야 할 것이고 말이다.
나의 쉼은,
시간을 빽빽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볼 때는 정말 한량이 따로 없고, 시간 낭비가 따로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생각하고, 뒹글거리고, 갑자기 생각난 일들을 처리하고 또 즉흥적으로 외출도 한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일 때는 이마저도 할 수 없으니, 하루에 단 몇 시간만이라도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에너지를 충전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채우는 데 참으로 중요한 일정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제대로 된 쉼이 없었기에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면, 이제야 단 몇 시간이지만 온전한 쉼을 조금씩 누릴 수 있어서 그것이 참 행복한 요즘이다.
비가 오더니 날이 정말 많이 선선해졌다. 남편과 수영을 간 아이들이 돌아오기까지 앞으로 40분 정도 남았다. 그동안 여행 다녀온 남은 짐들을 정리해 넣고, 점심밥을 준비하고 잠깐 나가서 선물 받은 커피 쿠폰으로 달달한 커피 하나를 사가지고 들어오는 계획을 세웠다. '할 수 있을까?' 한번 해 보지 뭐.
이것도 나만의 쉼이다. 즉흥적인 계획에 쫄려가면서(?) 미션을 완수했을 때 느끼는 기쁨이 제법 쏠쏠하기 때문이다.
가족 모두가 각자의 일상을 잘 살아내고 각자에게 주어진 '쉼'도 잘 누리도록 엄마인 나 또한 조금은 여유를 가져야겠다. 가족 모두가 평안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