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기
바람은 불게
물은 흐르게
길가에 풀들은 자라게
거리에 고양이들은 어슬렁거리게
웃고 싶은 아이 웃게
울고 싶은 아이 울게
춤추고 싶은 아이 춤출 수 있게
달리고 싶은 아이 달릴 수 있게
내버려 둬요 그냥
그러면 안 되나요.
정유경 작가님의 동시집 『까불고 싶은 날』 중에서 ‘두기’라는 제목의 시 내용이다.
가끔은 정말 ‘나 좀 내버려 둬’ 싶은 날이 있다.
해야 할 일들을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냥 나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하고 싶은 날 말이다.
아이를 낳고 나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날이 거의 없어졌다. 그냥 당연히 그건 안 되는 거라고 내 자신을 설득하고 그게 체화되어 육아에 최적화된 삶을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한번씩 나도 나 하고 싶은 것 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올라올 때가 있다. 하지만 꾹꾹 눌렀다. 그건 안되는 거라고 말이다.
내 몸이 신호를 보냈다.
좀 쉬라고, 좀 날 살피라고, 나를 먼저 생각하라고 말이다.
그걸 무시하고 지냈던 건 내가 언제나 젊을 거라고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지치지만 금방 회복할 수 있을 것이고, 지금 조금 아프지만 금방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자만심이 있었다. 그런데 40대가 넘어가고 어느 순간 아프다 싶으면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많이 아팠고, 힘들다 싶으면 어김없이 몸져누웠다. 내 몸인데 낯설었고, 그래서 참 의기소침해지고 두려웠다.
‘혹시라도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을 잘 돌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고, 하루하루 아이들에게 미안했고, 안쓰러웠다.
그러다가 생각했다.
내가 내 몸을 잘 돌봐야 한다는 걸 말이다.
나를 먼저 사랑해 주고 나를 챙겨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위한 시간을 어떻게든 마련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건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내 건강을 지키는 건 우리 가족을 위한 일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두는 것.
그건 어쩌면 정말 필요하고 심지어 중요한 일 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 어떤 것보다 내 마음의 평안과 기쁨을 찾는 건 나를 위해, 우리 아이들을 위해 너무나 중요한 일이기에 오늘도 나를 위해 글을 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내버려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