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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반 홍교사 Oct 15. 2024

나를 돌아보기

어릴 때부터 눈에 띄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선천적으로 그런 소극적인 성향이었던 건지, 환경적으로 그냥 눈에 띄지 않도록 뒤로 숨는 게 마음이 편했던 건지는 모르겠다. 삼 남매 중 끼인 둘째인 환경 때문에 나서지 않고, 숨어 있는 것이 마음 편하다는 걸 몸으로 체득했는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나서는 것보다는 군중 속에 묻혀있는 것이 익숙했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마음이 더 잘 보였던 것 같다. 비언어적인 부분(말투, 표정, 행동)에 더 민감했던 것 같다.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도, 잘 포장해서 드러내는 것도 어렵고, 속상할 때 시원하게 욕을 하는 것도 잘 못한다. 초자아가 아주 많이 발달해서 내 욕구에 대한 것은 매우 하찮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냥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 이야기가 참 중요하다는 걸 말이다. 나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야 다른 사람들의 스토리도 진심으로 공감해 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오늘 첫째 초등학교 도서관 봉사모임에 다녀왔다. 아이들이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듣는 모습들이 참 예쁘다. 오늘은 내가 읽어주는 날이 아니라서 뒤에 앉아있었다. 뒤에 있다 보니, 앞에서 책 읽어주는 엄마 선생님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아이들을 더 잘 볼 수 있었다. 앞에서 선생님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하고 집중하는 아이들, 뒷자리에서 편하게 듣는 아이들. 듣는 모습은 모두 다르지만, 잘 참여해 주는 모습이 참 뭉클하고 감동이 되었다. 책 안 보고 단지 간식을 받으러 온 것이 목적이라고 해도 도서관에 발을 들여놓은 그 자체만으로도 참 이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라고 생각했다. 


뒤에서 보면 다 보인다. 아니, 앞에서 봐도 다 보인다. 딴짓을 하는 친구도 보이지만, 모르는 척하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고,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진 다른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그렇지만 아니었다. 내가 가진 것이 모든 사람이 가진 것이 아니고, 시간이 흘러도 나만의 스토리는 나만이 가진 역사였다. 다른 사람들은 경험하지 않은 오직 '나만의 이야기'인 것이다.


한때는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뭔가 꽤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이 떡 벌어지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상 지금 나는 아무것도 이뤄놓은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지금 나는 꽤 행복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그저 있는 모습 그대로 내가 있는 것들을 나가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활짝 웃는 모습을 보는 것' 


그것이 참 나를 가슴 뛰게 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는 것 하나는 확실하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소명이자 사명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람은 '끝'을 보고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한다. 언젠가는 모두 죽을 것이고, 언제 죽을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 지금 이 순간 화내고 다투고 미워하기에는 내 삶이 너무나 소중하다. 조금 더 사랑하고, 조금 더 그 사랑을 흘려보내야겠다.


그래서 이쯤에서 또 고민에 빠진다.


'오늘 저녁은 뭘 해서 먹을까...' 


오늘의 일과를 무탈하게 마치고 돌아온 가족들에게 맛있는 저녁을 차려 주는 것이 또 지금 나의 가장 큰 과제이다.



이러고 보면, 세상 참 별 거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뭐먹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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