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아이들을 깨우러 방에 들어갔는데 이불에 피 자국이 크게 묻어 있다. 깜짝 놀라서 불을 켜고 보니 요새 계속 힘들다고 했던 둘째가 밤에 자다가 코피를 쏟은 거였다. "코피 날 때 몰랐어?" 그랬더니, "자느라 몰랐지"한다.
요새 다음 주 유치원 발표회를 앞두고 유치원에서 열심히 연습하는 거 같더니, 많이 피곤했나 보다. 아이들도 사회 생활 하느라 참 애쓴다 싶고, 마음이 짠하기도 하다.
"오늘 유치원에서 경제활동으로 문구점에 가서 사고 싶은 물건 사본다고 했지? 오늘 안 가면 못 살 텐데 안 섭섭하겠어?"
"응!"
오늘도 둘째는 땡땡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아픈 일이 덜한 것 같다. 초등학생인 첫째가 확실히 덜 아픈 걸 보면 말이다. 반면에 둘째는 계속 체력적으로도 힘들어하고, 상대적으로 감기도 잘 걸린다. 이럴 때는 좀 쉬어주어야 한다. 오늘은 집에서 푹 쉬어.
아이가 집에 있으면 사실 나는 평소보다 힘들다. 아니 특별히 힘든 건 없지만, 내 아침 루틴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나만의 시간을 갖는 황금 같은 몇 시간인데, 그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가 없으니 연장된 육아로 피로는 그대로 쌓이고 에너지가 더 빨리 고갈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나는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힘들어요'라고 신호를 보내는 아이에게 언제든지 편히 쉴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바로 내 역할이기도 하다.
행복이 별 거일까.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주어지는 이 소소한 기쁨과 누림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고민과 근심들이 있지만, 그런 것들마저도 소소한 감사함으로 또 토닥여본다. 힘을 내본다. 행복은 저 멀리 무지개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내 옆에 가까이 있음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