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기뻐하고 꾹꾹 눌러 좋은 기억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골랐어(노부미 저)'라는 동화책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엄마를 빨리 만나고 싶어요! 엄마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어요!
온 세상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엄마와 아이로 만난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알려 주고 싶어요!
내가 태어나면 엄마가 가장 먼저...
기뻐해 주세요!
엄마를 고른 아이들. 그렇게 이 세상에 와준 아이들. 그저 그거 하나만으로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다.
말안듣고 떼부려도, 가끔 귀찮고 혼자 있고 싶을 때도 그저 옆에서 재잘거리고 나를 부르는 그 눈을, 그 입을 보며 감사할 수 있는건 부족하기만 한 나를 엄마로 선택해주어서이다.
'너희를 만나서 엄마는 비로소 어른이 되고 조금더 깊어진다. 너희를 만나서 더 강하고 담대해진다. 너희를 지키려는 그 부모의 마음은 그냥 나일 때는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었던 마음이었으니까.
희생하는 부모님들을 보면 자꾸만 눈물이 나고 마음한쪽이 아린 건 부모가 되고 난 다음부터라는 걸.
방과후 수업이 있어서 첫째가 오전에 학교를 갔다.
끝날 시간이 되어 오겠거니 했는데 첫째가 교문앞으로 나오면 나에게 오는 문자알람이 오질 않는다. 무슨일이 있나 베란다 창문으로 내려다보고, 엘리베이터 숫자를 뚫어져라 쳐다봐도 첫째가 올 기미가 안보인다.
오늘 소아과 병원 가느라 집에 같이 있던 둘째에게, "형아가 올 시간이 됐는데 안오네" 라며 계속 들락날락 거리니 둘째도 뭔가 이상했던 모양이다. "무슨일이지?"한다.
안되겠다 싶어 방과후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혹시 늦게 끝난 건가 싶어서다. 선생님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끝났다고 하셔서 '알겠습니다'하고 전화를 끊었다.
더 걱정이 되었다. 방과후도 끝났는데, 교문 알람도 안오고 혹시 어디 다친 건 아닌지 싶어 마음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둘째야, 옷입어. 우리 형아 학교 가봐야 할것 같아!"
원래 형아 마중 나가는 거 싫어해서 입이 이만큼 나오는 둘째인데 자기도 비상 상황이라고 생각했는지 후다닥 옷을 입는다.
둘째 손을 잡고 뛰어가는데 걱정이 된다. 어디 넘어진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골목을 돌아 내려가는데 저기 횡단보도에서 첫째가 건너온다.
"첫째야~~~어디있었어? 올시간이 됐는데 안와서 너무 걱정했어." 했더니,
"도서관 갔었어. 2월달에 도서관 오면 상품 준대서. 근데 내일부터래."
"아, 도서관 갔었어? 엄마는 도서관 갔을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네. 미리 말해주지~"
"엄마가 알 줄 알았어."
"그랬구나. 다음번에는 엄마한테 미리 얘기해줘. 너무 걱정되서 둘째랑 막 뛰어왔어."
그래, 전에 한번 2월부터 도서관에 출석하면 상품을 주신다고 했다는 첫째의 말을 들었었다. 그게 오늘인줄 몰랐지. 갑자기 생각나서 도서관에 갔다는 첫째. 핸드폰이 없는 첫째와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미리 구두 약속을 철저히 해두어야 하는 우리 모자 사이.
오늘 첫째의 돌발행동(?)에 엄마는 심장이 두근반 세근반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너희에게 바라는 것은 사실 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저 건강하고 행복하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것을 말이다.
엄마를 골라준 첫째, 둘째야. 그저 건강하게, 너희들이 하고 싶은 일 즐겁게 하며 그렇게 너희 삶을 잘 살아가길 바랄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