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것이 나에게는 참 어렵지만 중요한 일이다.
아이들의 개학을 앞두고 있고, 내 일에도 집중해야 하기에,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누군가에게 선의를 받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듯이, 나 또한 다른 사람에게 선의를 베풀기 전에 나와 우리 가정을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아이들과 부산 여행을 다녀왔다.
부산에 가는 동안과 부산에서 여러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를 다니면 참 고마운 분들을 많이 만나는 것 같다.
혼자 있을 때는 그런 일이 거의 없는데,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말을 걸어주시는 분들이 참 많은 것이다. 물론 요새 세상이 험하여 모든 분들에게 다 상냥하고 자세하게 우리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 꺼려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무 의도 없이 아이들의 안부를 물으시기에,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는 대답하고 말을 이어간다.
부산역에 KTX를 타려고 남는 시간 동안 대합실 의자에 앉아 있는데, 맞은편에 앉아 계시던 아저씨가 본인도 부산에 가신다면서 부산에 무슨 연고지가 있는지 물어보셨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좋을 곳도 알려 주시고, 자기 손자도 우리 첫째와 같은 나이라고 하시면서 요즘 아이들이 핸드폰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는 우려를 말씀하셨다. 첫째가 보고 있는 것이 첫째의 핸드폰이냐고 물어보셔서, 핸드폰이 없는 첫째가 내 핸드폰으로 가끔 영상을 본다고 말씀드렸다. 조금 놀라시는 것 같았다. 본인 손자는 밤새 핸드폰을 하느라, 아주 힘들다고도 하셨다.
그리고 또 부산에 도착하여 첫날 갔던 고깃집에서 고기를 구워주시던 아주머니가 계셨다. 우리 아이들을 보시면서 남자아이들 둘 키우기 힘들었겠다시면서 본인은 딸 하나, 아들 하나인데 아들이 너무 힘들었다고 진짜 가만히 있지 않았다고 하셨다. 우리 아이들이 듣고 보고 있었기에 그 상황에서 동조하기보다는, 딸과 아들을 함께 키우셨기에 더 크게 차이를 느끼셨겠다고 말씀드렸다.
해양 박물관을 갈 때 탔던 택시 기사 아저씨는 우리 아이들에게 막간을 이용해서 여기저기 부산항대교를 건너면서 설명해 주셨다. 부산의 유명한 곳과 유래 등을 알려주셨는데 우리 아이들이 새겨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해운대 바닷가에서 너무 신나게 파도와 씨름하느라, 발이 다 젖은 아이들을 데리고 전통시장에 함께 가서 들어간 신발가게 사장님도 기억에 남는다.
발이 젖고 모래가 붙어 곤란하셨을 텐데도, 사장님이 자기 손주들처럼 아이들의 젖은 발을 닦아주시고 춥지 않게 그곳에 앉아서 발을 말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아이들이 앉아 있는 동안, 내가 새 양말을 사서 젖은 양말을 갈아 신기고 신발을 사서 갈아 신길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아이들은 덕분에 부산에서 새 학기를 앞두고 새 신발을 장만했고 말이다.
참 신기하다. 내가 기대하지 않아도 선의를 베푸는 사람들을 만나고 덕분에 마음 따뜻해질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많지만, 이런 만남들 때문에 여행은 참 할 만하고, 그만큼 우리들도 자라나는 것 같다. 많은 곳을 돌아다닌 여행은 아니었지만, 그 안에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삶을 나눌 수 있었기 때문에 또 감사했다.
이제는 나도 내가 있는 곳에서 내 삶에 최선을 다하고, 나와 내 가족을 사랑하며, 내 주변에 선의를 베푸는 그런 일상을 살아야겠다.
조금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 바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