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내일이면 아이들이 개학을 한다.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어서 빨리 학교에 가면 좋겠다고 한다. 그만큼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말일 테니 감사한 마음이다. 엄마인 나도 떨리는데, 아이들은 어떨까 싶으면서도 이런 부분에서는 너무 동일시하지 말고, 조금은 거리 두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이들이 나보다 언제나 더 낫다는 걸 잊지 않으며 말이다.
아이들에게서 눈을 돌려 나를 바라본다.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챙겨본다.
올 한 해는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들로 생산적인 일도 하고 싶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 맡겨진 삶을 열심히 살아내 보는 그런 새 학기가 되면 좋겠다.
오늘 첫째는 아빠와 단둘이 과학관에 관람하러 갔다. 점심도 먹고 서점도 가고 싶다고 해서 들렀다가 온다는데, 방학 마지막 날까지 알차게 보내는 우리 첫째가 참 대견하다. 우리 둘째는 나를 닮았는지 그냥 집에 있는 게 좋은 집돌이다. 심심해도, 할 일이 없어도 그냥 집에 있는다고 한다. 그래서 나랑 둘이 동네 다이소에도 들려서 필요한 물품도 사고, 마트도 들렸다가 들어왔다. 소소한 일상 그리고 그 가운데 주어지는 소소한 대화들로 둘째의 하루를 채웠다. 마트에서 산 물건을 들고 오기가 무거워서 마을버스를 탔는데, 마을버스 안에 계시던 80대 할머니가 우리를 보더니 말을 건네신다.
"누구요?" "아들이에요."
"딱 저만 한때 아이 키울 때가 여자는 제일 행복한 거 같아. 지나고 보니까"하신다.
할머니 키우실 때는 여자들이 너무 대접을 못 받았다고 지금 많이 대우가 좋아졌으니 아이 많이 낳으라고도 하셨다.
물론 나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할머니의 마음도 알 것 같았다. 지금과 또 다른 상황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예전에는 지금보다 더 많이 여자의 몫이었을 텐데, 예나 지금이나 아이를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지금 이렇게 엄마 가는 곳을 따라다니고, 엄마를 찾고 부르는 아이들 때가 그립다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말씀은 충분히 어떤 마음이신 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 힘들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라고 이제 곧 엄마의 품을 떠나갈 것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귀찮아하지도, 힘들어하지도 말자. 그저 감사하게 지금 이 시간을 꾹꾹 눌러 눈에, 가슴에 담아두어야겠다.
세상으로 훨훨 날아갈 때 손을 흔들며, 응원하면서 떠나보낼 수 있도록 그저 그 자리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부모가 되어야겠다.
가깝고도 먼. 적절한 거리.
연습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