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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

by 행복반 홍교사

갓 1학년에 입학한 둘째는 내가 하교 시간에 교문앞에서 기다렸다가 집으로 데리고 온다. 오늘도 평소처럼 아이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앞으로 가서 서 있었다.


옆에서 "안녕하세요~"하는 소리에 멍때리고 있던 내가 깜짝 놀라 쳐다봤더니 작년 같이 도서실 봉사모임을 하던 엄마셨다.


"아, 안녕하세요~"

"둘째 기다리시나봐요."

"네, 맞아요."

"적응은 잘해요?"


그 엄마의 '적응'이란 말이 어떤 의미일까. 잠깐 생각을 하였다.

그저 학교 가기 싫다는 말 안하고 아침에 잘 일어나서 학교에 가는 게 '적응'이라면 나름 적응을 잘하고 있는 걸거다.


"네, 아직까지는 잘 적응하고 있어요." 그렇게 대답을 했다.


모든 생활에 완벽한 아이가 세상에 있을까. 특히나 내 아이는 더욱 부족하거나 불안한 것만 크게 보이기도 한다. 내 아이 빼고 세상 모든 아이가 다 잘하고 있는 듯이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다.


'적응'이란 말의 기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적응이란, 내 아이가 기분좋은 모습으로 다른 할 일을 별탈없이 할 수 있는 것이다(행복반 홍교사).


세상의 모든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내 감정이 하나로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기분 안좋은 일이나 심각한 일들을 겪으면 어디서든 티가 난다. 물론 스스로 자정 장치를 가지고 어떤 상황이든 금방 극복하는 아주 긍정적이고 단단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 사람조차도 자신에게 안좋은 일이 있거나 기분이 나쁠 때는 어떻게든 티가 나는 법이다.


아이들은 오죽할까.

자신의 감정을 잘 인식하는 것도 서툴고, 잘 표현해 내는 것은 더 어려울텐데 특히나 새로운 것 투성이인 학기초에 얼마나 고군분투를 하고 있겠냐 말이다.


누구에게도 항상 예의바르게, 남에게 싫은 소리 하지 않고, 항상 단정한 모습으로 지내는 모범생의 모습이 우리아이에 대한 부모의 이상적인 모습은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그건 어쩌면 내 모습인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는 나와 같은 성향도, 모습도 아닌 것을. 표현하는 방식도, 생각하는 방식도 너무나 다른 아이인 것을 잠깐 잊은 것이다.


커다란 바운더리는 쳐주고 꼭 지켜야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주는 것은 부모의 정말 중요한 역할이고 지키도록 해야하지만, 그외에 표현방식은 나와 다른 아이임을 잊지말고 나의 렌즈로 아이들을 재단하지 말자.


진정 '적응 잘하는 아이'는 그저 건강하게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해나가고, 즐겁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할 줄 아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백번, 천번 적응 잘하는 아이들이 맞다. 그래서 참 고맙고, 그래서 참 대견하다.


'엄마도 엄마 할 일 하면서, 엄마 있는 자리에서 한결같이 너희들을 지켜봐 줄게. 적응하느라 고생많다. 힘내라(행복반 홍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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