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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런 거지

행복이란

by 행복반 홍교사

사람은 성격이 다 다르다.

그 안에는 장단점이 다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어떤 면을 바라봐주느냐에 따라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이 바라봐주는 건, 정말 부모만이 해 줄 수 있는 아주 고유한 능력이자 특권이다. '따듯한 눈빛'으로 아이들을 끝까지 바라보면 아이들은 어떻게 성장할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내 아이를 바라보는 눈빛은 거짓말을 못한다. 불안함, 못 미더움, 냉소, 차가움 등의 부정적인 눈빛은 잠깐이지만 아이에게는 온몸으로 느껴지는 좌절감을 경험하게 한다. '내가 못하는구나.', '난 못난 사람이구나'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를 어떤 순간에서도 긍정의 눈빛, 따듯한 눈빛으로 바라봐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맨날 흘리고, 실수하고, 불안 불안한데 어떻게 항상 긍정의 눈빛으로 바라보냐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편하다.


'내가 아이 만한 나이 때 내 모습은 어땠나' 하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분명한 건, 나는 어릴 때 그다지 완벽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실수를 하면서,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살아간다. 그러니 아직 십 대 초입인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너무 당연한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면, '그래, 그런 거지'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렇게 나도, 아이들도 성공경험도, 실패경험도 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나는 똑 부러지는 성격이 아니다.

나쁘게 말하면, 우유부단해서 내 주장을 강하게 하지 못하고, 좋게 말하면 유연하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섭섭할 때도 '그래 뭐 이럴 수도 있고, 그러면 이런 좋은 점도 있으니까 럭키비키지' 하면서 좋게 생각한다. 매우 객관적으로 응징을 해야 하거나, 시시비비를 따져야 할 순간에서도 결과적으로 그래서 달라질 게 없다면, 나만 기분 나쁜 걸로 끝나는 거라면 그냥 그렇게 내 마음의 '긍정 발전소'를 가동한다.


그러면 그 안에서도 감사함을 발견할 수 있다.


오늘 둘째가 학교에 등교해서 마신 우유가 잘못되었는지 1교시 시작하자마자 담임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우유를 마시고 나서 아이가 입술이 하얘지고 아이가 많이 아픈 것 같아 오시면 좋겠다고 하셨다. 예전에도 차멀미를 하거나 체하면 입술이 하얘지고 배가 아프다고 했던 아이였기에 어떤 상태였을까 짐작이 되어 더 한걸음에 달려가 둘째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아이용 소화제를 먹이고 죽을 데워 먹이고 따듯한 팩을 이불에 감싸서 배에 얹어 주고 누워있으라 하고는 노트북을 열고 글을 썼다. 글이 잘 안 써지다가 한참 열심히 써 내려갔는데 둘째가 내 무릎 위로 올라오더니 마우스를 막 움직이다가 내가 쓰던 글을 많은 부분 싹 지워버렸다.


'하'


화가 올라왔다. 진짜 무슨 대단한 글을 쓴 건 아니었지만, 오늘 하루 이 글쓰기 하나가 나만을 위한 나의 보상이라면 보상이었는데, 열심히 적은 문장들이 확 없어지니 너무나 화가 났다.


"너 엄마가 글 쓸 때 엄마 무릎 위로 올라오면 어떻게 해. 엄마가 글 쓰는 중이니까 키보드랑 마우스는 건들지 말랬지? 무릎에서 내려와!"


놀란 토끼 눈을 한 아이가 후다닥 안방으로 들어간다.

그냥 글이 지워진 게 아니라, 내가 지워진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나를 위해 이것도 내 맘대로 못해?' 이런 생각이었던 것 같다.


크게 심호흡을 했다. 아까 썼던 문장들은 다시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냥 거기서부터 시작하자 싶었다.

다른 내용이지만, 그저 생각나는 대로 적어 올려놓고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마법 천자문 이거 이렇게 앱으로 찍으면 왜 이거 안 나오지?"


아무렇지 않게 천자문 책을 들이밀었다. 둘째가 내 옆으로 다가와서 책을 들여다본다.

"이건 이렇게 하는 거야~"한다.


그래, 함께 할 수 있음이 감사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 시간과 공간과 여유가 있음이 감사가 된다.



'그래, 그런 거지' 삶이 그런 거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각자의 일들 열심히 하고, 기분 좋게 집에서 만나는 것.

그게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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