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너무나 더운 날이다. 이렇게 더운날, 장맛비, 무더위가 지나고 나면 그렇게 여름이 지나가겠지.
아이들이 오기 전에 집을 정리하고, 간단하게 장을 보고, 청소를 했다.
둘째 하교 시간이 되어 학교 앞으로 데리러 갔는데, 날이 더운데다 음악줄넘기 방과후를 마치고 나온지라, 목 뒤에 땀이 흥건하다. 기분 좋게 나와서는 아이스크림을 사달라는 둘째. 그리고 아이스크림 너무 자주 먹으면 안된다는 나. 이내 기분이 안좋아졌는지 짜증을 부린다.
더위를 많이 타는 둘째에게 이 여름이 참 큰 고비다. 항상 하교하고 오는 길에 찬 간식을 사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오는 내내 더워서 내는 짜증을 다 받아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콧바람을 슝슝~ 내쉬면서 얼굴을 잔뜩 찌푸린 둘째.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서, 마을버스를 타기로 했다. 마침 마을버스가 버스 정류장을 지나 신호가 걸려 멈춘 상황이라 버스 기사 아저씨를 쳐다보고는 탈수 있는지 여쭤보았다. 안되면 어쩔 수 없지만, 일단 둘째가 더워하니까 물어라도 보자 싶었다. 다행히 정류장에서 가까이 신호대기 정차 중이셨던지라, 문을 열어 주셨고, 우리는 차에 탈 수 있었다.
다음부터는 미니 손풍기랑 얼음을 넣은 물을 좀 챙겨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스크림도 음료수도 매번 사먹을 수는 없으니 여름을 이겨낼 방법을 아이도, 엄마인 나도 잘 생각해보아야겠다.
우리 둘째는 섭섭한 게 많다. 자기가 먹고 싶은 풍선껌이 집에 없는 것도 속상하고, 엄마가 자신의 말대로 해주지 않는 것도 속상하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몸 상태가 안좋거나, 힘들거나, 졸립거나 할 때 그렇다. 눈에 보이는 현상으로만 '쟤는 누굴 닮아 저렇게 유별나나'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는 거다. 표현하는 적절한 방법을 잘 몰라 서툴게 표현하는 것 뿐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잘해주려고 하는데도 뾰족하게 말하거나 행동하면 짜증이 나기도 한다. '아니, 왜 저러는 거야' 싶다가도 그 안에는 불편한 감정이 있음을 이내 알게 된다.
오늘도 그렇다.
하교하고 내내 입이 이만큼 나와서 짜증을 부리던 둘째. 뭐라고 한 마디 해도 까칠하게 구는 아이에게 '어쩌라고!'가 절로 나오는 날이었는데, 어제 저녁에 우리 가족 모두 축구장에 축구경기를 보고 와서 조금 늦게 집에 돌아와서 늦게 잤던 게 힘들었나보다. 저녁밥도 먹기 전에 눈을 감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 둘째.
'아...너 피곤했구나. 오늘 하교하고 방과후까지 줄넘기 뛰고 왔으니 더 힘들었겠지. 그래서 그랬구나..'
입을 벌리고 잠든 아이를 보면서 또한번 깨닫는다. 아이에게는 이유가 다 있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나도 미안해진다.
아이의 모든 행동에 비위를 맞출 필요는 없지만, 아이에게는 항상 행동의 이유가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