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옷이 귤 같아요?

-마음 지키기

by 행복반 홍교사

남자 아이들이 바깥놀이 시간에 괴물놀이를 하면서 논다. 오늘따라 예쁜 주황색 옷을 위아래로 입은 상냥한 달콤이(가명)도 함께 뛰어 논다. 그러다가 덩치가 큰 다른 남자 아이가 달콤이를 보고 "주황 오렌지 괴물이다!"한다. 달콤이는 살짝 당황한 눈치다.




우리 첫째 7살 때, 정말 예쁜 쨍한 노란 색 후드티를 입고 유치원에 갔다. 그 옷을 입은 첫째의 모습이 너무나 예쁘고 귀여워서 엄마 마음에 속으로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다 반하겠는걸' 생각했었다. 그런데 유치원을 다녀온 첫째가 나에게 "엄마, 나 이제 이 옷 안 입을래."한다.

"왜?" 하고 물어보니, "어떤 친구가 나보고 바나나 같대." 시무룩하게 말하는 첫째를 보고 여러가지 마음이 들었다.

'아니, 이렇게 예쁜 노란색 옷을 보고 바나나라니..'

그 나이 때 아이들은 옷 색깔, 이름으로 친구들을 놀리는 게 다반사다. 그렇지만, 첫째 7살 때 들은 말은 나도 속이 상했었다.


그 후로 우리 첫째의 그 쨍한 노란 후드티는 졸업 때까지 잘 입지 않았다. 둘째가 유치원에 들어가서야 입었는데, 똑같은 쨍한 노란 후드티지만 둘째는 친구들의 그런 말들에 개의치 않았다. 어쩌면 '노란 바나나'라고 똑같이 한 소리 들었을 수도 있는데 둘째는 그걸 '그래, 나 바나나다!' 하는 성격이었던 것이다. 후드티가 문제가 아니라, 받아들이는 아이의 마음이 중요했다.




달콤이는 참 스윗한 아이다. 역할 놀이 시간에 김밥을 손수 정성껏 싸서 도시락통에 넣고 나에게 "선생님, 제가 도시락 쌌어요. 같이 먹어요."하는 아이다. 바깥놀이 가는 중에 떨어진 낙엽을 주어 가지고 가겠다는 낭만적인 아이다. 그래서 나도 달콤이가 참 좋다. 그런데 오늘 주황색 옷을 입은 달콤이는 친구에게 주황색 오렌지 괴물이라는 말을 들었다. 물론 놀이 상황이었지만, 달콤이는 조금 속상한 것 같았다.

바깥놀이 끝나고 반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달콤이가 나를 보고 이렇게 묻는다.


"선생님, 제가 오늘 주황색 옷을 입어서 죄수 같아요?"

"아니~~ 선생님이 보기엔 굉장히 멋진 걸."

"죄수들이 이런 색깔 옷을 입잖아요."

"그런가? 그건 모르겠지만, 선생님이 보기에 주황색 옷을 입은 달콤이 정말 멋져."





마음이 여린 아이들은 친구들의 말에 상처를 받는다. 별 뜻 없이 하는 말이지만, 그 말이 나를 공격하는 것처럼 들리고 내 존재를 무시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위축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럴 때 부모인 우리는 어떻게 말해주어야 할까.


무수히 많은 비슷한 상황 가운데서 아이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란 바나나'든, '주황 오렌지'든지 간에, 나는 소중한 존재라는 변치 않는 믿음과 확신이 필요할 것이다. 끊임없이 알려주고 사랑을 흘려보내는 것이 바로 부모인 우리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