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번호로 걸려온 전화

-누구냐, 넌?

by 행복반 홍교사

때는 9월 가을날 수요일 오후였다.

둘째 하원 때문에 급하게 학교를 가고 있는데, 낯선 핸드폰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뭐지?'싶은데, 워낙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기에 무심히 넘겼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또 딴 번호로 전화가 왔다. 두 통이 연달아 오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가족 중 누구한테 무슨 일이 있나싶었다. 남편인가? 첫째인가? 둘째인가? 뭐지? 싶어서 두 번째 온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음이 들렸지만 받지 않았고 둘째를 데리러 가는 길이었기에 그냥 끊고 학교앞으로 갔다.

다행히 둘째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둘째 일은 아니구나. 그럼 누구지?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다.

'혹시 별 일 없어요?' 그랬더니 '왜, 갑자기?' 무탈한 반응이길래 다행이다 하고는 아직 학교에서 안 끝난 첫째가 걱정이 되었다.


그날은 안과 검진이 있는 날이라, 하교하고 학교 앞 커피집 앞에서 만나기로 했기에 엄마 껌딱지 둘째를 데리고 기다렸다. 조금 있다가 나온 첫째와 만났는데 첫째가 대뜸 이런다.


"엄마~ 전화 온거 없어?"

"어? 응, 맞어. 왔었어. 너 어떻게 알았어? 엄마 궁금하던 참이었거든."

"그거 내가 전화한거야. 친구 전화 빌려서. AI 가기 전에 임원회의가 있어서 거기 갔다 간다고 엄마한테 얘기해주려고. 근데 안받더라구~"

"아~~~~ 그랬어? 엄마는 첫째가 전화했을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어. 세상에, 친구 전화 빌려서 전화 할 줄도 알고 다 컸네."


처음 있는 일이었다. 4학년이지만 핸드폰이 없는 첫째는 뭐든지 전화가 아닌, 구두로 약속을 했다. 특히 아직까지는 약속할 일이 많은 것이 엄마인 나이기 때문에 어디서, 몇시까지 만나자'라고 사전에 얘기나눈다. 그래서 변수가 생기면 적잖이 당황하는 우리다. 그래도 여지까지 특별한 이슈없이 잘 지냈다. 감사한 일이고 말이다.


그런데 오늘오후 또 모르는 핸드폰 번호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후딱 받았다.


"엄마~~"

경쾌한 우리 첫째의 목소리다.

"응, 첫째야~ 무슨일이야?"

"응, 나 오늘 임원 회의 있어서 지금 끝났다고. AI가기 전에 알려주려고 전화했어."

"아, 그렇구나. 알려줘서 고맙고, 잘다녀와. 이따봐."


친구의 전화를 빌리는 것, 엄마 핸드폰으로 자신의 소재를 전해주는 것. 어쩌면 어른들은 "죄송한데요..."하면서, 혹은 "미안한데..." 하면서 미안함을 무릅쓰고 할 수 있는 행동들이 아이들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리 사교적이기보다는, 내향성이 더 많은 우리 첫째가 쉽게 친구의 핸드폰을 빌리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니 말이다.


나중에 얘기 들어보니, 저번에 엄마인 내가 모르는 번호라 받지 못했기에, 친구가 "야~ 니네 엄마 저번에도 안받으셨는데 뭐하러 해?" 구박(?)도 좀 받았단다. 그럼에도 꿋꿋이 전화를 걸어 잠깐이지만 통화하고 전화를 끊은 첫째, 그리고 그럼에도 전화 빌려준 친구가 참 고맙고 대견했다.


그렇게 자신의 방법대로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음을 느꼈다. 그럼에도 핸드폰 안 사주는 엄마, 모르는 번호는 전화도 안 받고 다시 안하는 엄마. 참 무심한 엄마여도 투정부리지 않고 잘 적응해주는 우리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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