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둘째가 열이 나서 학교를 가지 못했다. 밤새 끙끙거리며 자고, 열이 38도가 훨씬 넘어가는 둘째가 학교에 가도 제대로 일상을 보내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아침에 선생님께 부랴부랴 병가를 신청하고 집에서 쉬도록 했다. 문제는 내가 당장 출근을 해야 하는데,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갈 수가 없었다. 남편이 동네에 사시는 시부모님께 부탁드리자고 했고, 어머님께 말씀드려 둘째를 어머님댁에 맡기고 나는 출근을 했다.
오늘따라 건강이도 몸이 힘든지 계속 짜증을 부린다. 요즘 날씨가 아침 점심으로 기온차가 심하니 감기에 걸리는 아이들이 많고, 그러다보니 야외활동을 하고 들어 오거나 신체적으로 무리한 날 체력이 약한 아이들은 탈이 나기도 한다. 건강이도 며칠 전 체험학습을 하고 돌아온 후에 급격히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어제 건강이를 돌보신 선생님 말씀으로는 어제도 짜증을 부리고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다고 했다.
오늘 건강이네 반은 바깥놀이도 하고 이제 졸업이 몇 달 안 남았기에 문 앞에서 반 단체 사진도 찍었다. 우리 건강이는 가장 중간에서 손바닥을 쭈욱 뻗고 사진을 찍고 싶었나 보다. 그런데 그렇게 혼자만 앞으로 나오면 다른 친구들이 가려져 뒤로 가야했다.
"건강아~ 뒤로 가서 친구 옆에서 그 포즈를 취해주면 어떨까? 혼자 너무 앞으로 나오면 다른 친구들이 가려서 보이지 않을지도 몰라."
몇 번이고 아랑곳 하지 않고, 내 손을 뿌리치고 앞으로 가는 건강이. 그렇지만 이내 친구들 옆으로 와서 프즈를 취한다. 그 모습이 참 귀엽기도 하다.
뭔가 자기가 하고 싶은 게 있다. 잘 하고 싶고, 튀고 싶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된다. 친구들과도 어울려 잘 놀고 싶은 것 같다. 그런데 자꾸 사이좋게 노는 방법을 모르니 짜증이 나고, 화가 나고, 친구를 밀치기도 한다. 그러면 친구들도 '얘가 나한테 왜 이러지?'하면서 소리를 치거나 같이 밀치기도 한다. 그런 공격적인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나는 건강이를 잘 지켜보고 말로 얘기해 준다.
"친구에게 '잠깐만 비켜줄래?'하고 얘기해야 친구가 비켜줄 수 있어."
"놀이 하고 싶으면 '같이 하자!'고 말하고, 친구들이 '네가 같이 하는 구나' 안 후에 놀이의 구성원으로 같이 놀 수가 있어. 그런 말 없이 갑자기 끼어들면 아이들이 당황할거야."
어디서든 소통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살아가야 하니 말이다.
오늘 일을 마치고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마도 우리 첫째, 둘째네 학교 고학년 아이들이 앞 공원으로 야외 수업을 나온 모양이다. 공원 정류장 앞에서 우르르 타는 아이들. 어딘가 등하교길에 본 듯도 한 얼굴들도 보이길래, '아, 첫째와 둘째 학교 형아, 누나들이구나'하고 생각했다.
나 빼고 버스 안에는 초등학교 단체 손님으로 만원이었다. 아이들이 선생님 따라서 버스도 타고, 바람도 쐬고 불편할 수도 있지만 함께여서 더 추억으로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걸려온 전화. 받았더니 우리 둘째다.
할머니 전화로 전화를 걸어 대뜸 "엄마~ 어디쯤 와?" 한다.
"응, 엄마 여기 @@지나가. 근데 둘째가 사오라던 만두 있잖아. 만두 가게가 문을 닫아서 엄마가 못샀어."
"........."
"속상해?"
"응."
"미안해. 오늘 가게 문이 닫았더라구. 대신에 엄마가 김밥 두 줄 사가니까 할머니랑 같이 나눠 먹자."
찐만두를 참 좋아하는 우리 둘째. 만두를 못 샀다는 소식에 급 풀이 죽었다.
'세상에 참 내 마음대로만 되지 않고,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지?'
그렇게 힘든 순간들, 어려운 순간들, 불편한 순간들, 내 마음 같지 않은 순간들.
우리는 그런 순간들을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그러면 잘 살고 있는 거다.
언제나 럭키한 날들만 있을까, 내가 언제나 반짝 빛이 나기만 할까. 때로는 바람도 불고, 비도 오고, 그렇게 이불킥할 순간들도 있고. 그렇게 반복하다보면, 그럭저럭 둥글해진 채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자리에서 모두 힘내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