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어떤 나무로 자랄까'
유치원에 5살 여자 아이 승미(가명)가 있다. 주먹은 솜처럼 하얗고 조그만데, 눈은 알사탕처럼 크고 동그란 아이다. 동생이 조금 더 크면 자기가 동생의 손을 잡고 유치원에 와야 한다고 나에게 얘기해 주던 참 대견한 아이다.
그런데 그 아이를 놀이할 때 보면, 참 신기한 부분이 있었다.
자기가 블럭을 가지고 놀이를 하고 있다가도 친구가 필요한 블럭이 없어서 "어? 파란색이 없네?"하면 바로 벌떡 일어나서 친구에게 찾던 블럭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그러기를 여러번, 내가 "승미야~ 안 힘들어?"했더니, "괜찮아요."한다.
강당에서 신체놀이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친구와 블럭으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건너 가기 놀이를 하길래, 지켜보았더니, 만들어놓은 징검다리가 끝나서 가만 서있는 친구를 보며, "잠깐만~!"하더니, 또 블럭을 가져도 친구 앞에 놓아둔다. 그리고 다음 블럭도 다다다다 뛰어 가져다가 놓아둔다. 그렇게 친구가 건너고, 그 후에 자신도 건너갔다.
자기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선생님에게 부탁하기보다는 먼저 자기가 스스로 해보려고 노력하고, 그 후에 안 될 때에야 선생님에게 도움을 구하는 아이.
참 신기했다. 5살이면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양보나 배려가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시기라, 선생님이 친구들과 함께 노는 법을 자주 계속적으로 알려줘야하는 데, 어쩌면 저렇게 친사회적인 행동들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것일까. '너희 엄마가 누구시니?' 라고 물어보고 싶은 유니콘 같은 아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도와주세요" 하거나, "나랑 놀아요"하는 아이들에게 물론 더 관심을 두게 되고 시선이 가지만, 이런 유니콘 아이들은 볼 때 마다 흐뭇하고, 3월부터 6살반에 가서도 잘할 거라는 믿음이 있다. 친구들도 이 친구를 참 좋아하고 따르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한번 확신했다.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지만, 나누고 '기꺼이' 줄 때, 더 큰 것으로 돌아온다.
그러고 보니, 7살 형님반에서 만났던 유니콘 남자 아이 민석(가명)이도 생각난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덩치가 더 큰 친구들 사이에서 위축되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놀이했던 아이다. 단 한번도 큰 소리로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조근조근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모습이 다른 아이들의 태도도 바뀌게 만들었다. 다른 아이들이 부탁을 하면, 하고 있던 일이 있더라도 잠깐 시간을 내어서 '기꺼이' 부탁을 들어주었고, 약한 아이를 감싸고 놀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선한 아이였다. 초등학교 가서 어떤 학교 생활을 할 지 정말 궁금하다.
다른 사람을 부리고, 이용하고, 자기의 유익만 챙기는 사람이 당장 보기에 잘 될 것 같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나를 챙기는 선에서 다른 사람에게 관대하고 베푸는 사람이 결과적으로 잘 살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당연하게 내 것을 챙기는 사람들 가운데 더욱 빛을 발할 거라고 말이다.
오늘의 나도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묵묵히 나의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