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3)

-실패란

by 행복반 홍교사

내가 이번 생은 글러버렸다 싶은 게 몇 가지가 있다.


1. 대범함

놀이기구를 두 손 활짝 벌려 진정 즐길 줄 아는 용기와 매운 것을 눈 하나 깜짝도 않고 아구아구 먹을 줄 아는 패기, 얼굴 안 빨개지고 많은 사람 앞에서 거침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대범함.


나에게는 하나님이 1도 주지 않으셨다. 전전긍긍하고 걱정하고 고민한다.


2. 요리, 살림

결혼하면, 아이를 키우면 당연히 잘할 줄 알았다. 그런데 요리에 대한 흥미도, 살림의 노하우도 잘 늘지 않고 관심이 많지 않다. 그저 오늘하루 조금씩, 필요에 따라 할 뿐이다.


3. 규격

규격대로 맞춰서 살아왔고 그런 테두리가 편한 사람이지만 규격을 강요하는 분위기를 너무 답답해한다. 그래서 소소한 일탈(진짜 소소해서 남들은 알지도 못한다)을 꿈꿨다.


성공할 때 장애물이 되는 이런 요소들이 나에게 내장되어 있다면 나는 과연 실패자일까. 흔히 말하는 '이생망'의 상황인 것일까. 이걸 극복해 내기 위해 무단히 '노력'해야만 하는 것일까.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젊은 날.

아이들을 참 좋아해서 교회 주일학교 교사도 오래 했고, 대학 전공도 아동학과에 들어갔다. 아이들을 좋아했고 아이들의 이런저런 생각들을 듣고 같이 놀이하는 것이 참 즐거웠다.


나의 수동성(카리스마 1도 없는)과 무계획은 아이들과 놀기 최적화되어 있었다. 아이들의 생각을 귀담아듣고 아이들의 생각대로 놀이를 만들어 갔다. 나는 그저 그걸 도와주는 정도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무궁무진한 작품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그저 그 과정 가운데 생기는 예상치 않은 결과들이 너무 신기하고 대단하고 놀라울 뿐이었다.


대담하지 않지만 세심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었다. 그 마음이 느껴져서 나도 함께 마음이 아프고 함께 기쁘고 함께 울었다.


세상의 틀 안에 살고 있지만 가끔의 일탈을 꿈꾸는 아이들이 이해가 되었다. '그래, 나라도 답답하겠다. 얼마나 힘들까? 오늘 하루는 그냥 쉬어' 그렇게 생각하고 땡땡이를 동조하기도 하는 불량엄마이다.


내가 가진 것이 없는 실패한 인생인가 싶을 때쯤, 그것 자체로,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주셨다.


그래서 그 실패 자체가 또 감사가 되고, 나만의 무기가 된다.

누구도 가지고 싶어 하지 않지만(울며 겨자 먹기로 나도 가지고 있지만), 은근 그런 실패 요소들로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실패는 그 자체가 성공이다.
-행복반 홍교사


라고 말이다.


성공한 인생, 그래 까짓것 아니면 어때. 그냥 내 삶이 성공이다! 하고 잘 살아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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