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내비게이션

-나무와 숲을 본다는 건-

by 행복반 홍교사

아이들을 데리고 차에 타면(장롱 면허인 나는 당연 조수석), 아이들 아빠는 목적지를 입력해 내비게이션부터 켠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가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하지만, 간혹 길을 잘못 들어갈 때면 어김없이 다른 경로로 재안내를 해준다.



지금까지의 삶을 살아가면서 항상 정석대로 살아왔나 하면 그렇지 않았다.

순응적이고 수동적인 내 사춘기 시절은 그저 하라는 대로만 따랐고,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방황하고 비교하며 좌절하기도 했던 것 같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이 길이 내 길인가 수만 번 고민하고 내가 잘하는 것을 찾기 위해 몸부림쳤다. 조금은 옆길로도 나가보고(강의 땡땡이라던가, 동아리 엠티, 휴학 같은 것이 나에겐 나름의 일탈이었는데 그게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된 것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자격증도 따보고 아르바이트도 해보며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잘하고 또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했다.


일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해 힘들어도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어야 하는지.

돈을 벌기 위해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면 좋은 대학과 대학원 등을 들어가야 하고, 그렇다면 나의 목표는 단지 '좋은 대학'과 '좋은 스펙'이어야 하는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공립유치원 교사를 꿈꿨고, 공부했다. 하지만 결과는 계속 탈락이었고 나의 삶은 그저 베이스를 깔아주는 주변인물의 삶인 건 아닐까 생각도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임용고시 학원에서 출판사와 교수님의 연구원으로 일할 기회가 생겼다. 강하지 않고 온순한 나의 성격은 상사나 동료를 서포트하고 조직에 순응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었다.


그렇게 우연한 기회에 교수님의 추천으로 대학원까지 다니게 되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학원 생활이었지만 그곳에서 토론과 생각하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과외 아르바이트와 다음 직장인 사이버대학 조교 일을 하게 된 것, 무엇보다 동료 조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지금의 신랑을 만나게 된 것이 큰 우연이자, 필연적인 감사 제목이다.


삶의 무엇하나 내 뜻대로 된 것이 없지만, 삶의 무엇하나 내 노력으로 된 것이 없지만,

그렇기에 더 완벽하게 '멋진(남이 보기에 멋진 삶은 아닐지라도)' 나의 삶이 되었고, 앞으로도 그리 될 것이라 믿는다.


내비게이션의 경로 재설정처럼,

내 삶이 돌아가고 뭔가 답답한 순간에서도 그저 묵묵히 나의 향기를 전하며 그렇게 살아낸다면, 분명 더욱 멋진 경치도 보고 즐기는 사이에 가야 할 목표지점에 도착해 있을 거라 믿는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래서 삶은 재미있다는 걸 이젠 안다.

별 거 없는 인생 가운데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고 나도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가장 소중한 것을 알려주고 붙잡고 살아가는 일상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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