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첫째에게

-건강한 독립을 위하여

by 행복반 홍교사

오늘 아침의 일이다.

첫째 등교 준비를 마치고 문 앞에서 배웅을 하고 들어왔는데 투두둑 비가 오는 거다.


비 오는 줄도 모르고 우산을 안 들려 보냈는데, 다시 올라오려나 했는데 엘리베이터가 그대로 1층에 있는 것이 다시 올라올 것 같지 않다.


아무래도 우산을 가져다줘야 할 것 같아서 둘째를 데리고 냅다 뛰었다.

둘째는 아직 혼자 집에 있는 걸 어려워하고 무서워해서 나와 찰떡처럼 붙어 다니는데 이 때도 급한 내 마음과 달리 따라오면서도 힘들다며 계속 엄마를 부른다.


"엄마 형아 우산만 전해주고 다시 올 거니까 천천히 따라와~~"하고는 막 뛰는데 어찌나 이산가족 부르듯이 부르며 울고불고 쫓아오는지 이럴 땐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는 말이 너무 와닿았다.


저~어기 앞에 첫째가 동네 친구들 무리랑 가는 게 보이는데 다행히 감사하게도 친구 아버님이 우산을 같이 씌어주시고 가고 있는 걸 보고는 조금 속도를 늦춰서 둘째를 데리고 횡단보도 앞까지 왔다.


꼬질꼬질한 곱슬머리 엄마는 급해서 슬리퍼 끌고 고무줄바지 입고 마구 달려 우산 전달해 주는데, 네가 조금 부끄러울까.. 갑자기 현타가 오는 엄마.


어쨌든 그렇게 첫째에게 무사히 우산을 전달하고 둘째에게 미안한 마음 이야기하며 다시 집에 돌아오던 오늘 아침.


'그깟 비 얼마나 맞는다고 남자아이 강하게 키워야지'가 맞을까, 아니면 비 맞고 걸어가는 그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맞는 걸까..


정답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하교하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면서 첫째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아침에 엄마가 우산 전해줄 때 어땠어? 엄마가 급하게 나가느라 머리도 옷도 꼬질꼬질해서 좀 부끄러웠나?"


그랬더니 우리 첫째가 하는 말.


"아니, 부끄럽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는데? 나가보니 다들 우산을 쓰고 있더라고. 다행히 **아빠가 요즘 **랑 학교까지 같이 가시는데 우산을 씌워주셨어. 엄마가 우산 가져다줘서 고마웠어."



고마워, 아들아. 엄마의 외모(?)가 아니라, 엄마의 마음을 봐줘서. 너의 그 이쁜 마음이 엄마는 참 좋아. 그리고 사랑해.


너희들이 자라 세상에 나가게 되면 엄마가 우산을 항상 챙겨줄 수 없을 때도 오겠지? 너희들 힘으로 견뎌내야 할, 이겨내야 할 순간들이 올 테지. 그때 기억해 줄래?


누구보다도 너희 편인, 엄마, 아빠가 언제나 너희와 함께 한다고, 사랑한다고.


그러니까 걱정 말고 해 보라고, 그리고 응원하고, 믿는다고.

꼭 기억해 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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