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가 뭐 어때서
오랜만에 꺼내놓은 노란 후드티. 정말 색깔이 짱짱한 노란색에 파란 테두리가 있는 너무나 이쁜 후드티다.
원래 첫째가 입던 건데 이제는 둘째에게 딱 맞는 것이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음을 느낀다. 참 감사하다.
그런데 이 후드티에 대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우리 첫째가 결정적으로 이 후드티를 딱 한 번밖에 입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옷은 어느 옷을 입혀줘도 그냥 싫다는 소리를 하지 않고 입는 우리 첫째.
첫째 7살 때, 아침 등원 준비를 하는데 날씨에도 딱 맞길래 이 샛노란 후드 티를 처음으로 개시하여 입혀 보았다.
엄마 대 만족.
'친구들이 보고 너무 멋지다고 눈에서 하트 뿅뿅! 나오면 어떻게 하지?' 나 혼자 속으로 설레발치면서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다.
그런데 돌아와서 아이는 그 후드 티를 입고 싶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왜? 너무 이쁘고 멋진데~?"
머뭇머뭇하더니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가 나보고 바나나 같대."
참나, 바나나 라니... 이렇게 귀여운 바나나면 나는 맨날 주머니에 넣고 다니겠구먼(고슴도치 엄마로서!).
아이의 그 말에 어떻게 반응을 해 주어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되었다.
진짜 이쁜데. 나름 메이커 옷이구만. 그런 어른의 시선의 말들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뭐라고 얘기해 주면 좋을까. 그때 뭐라고 얘기해주었다면 좋았을까.
결론적으로는 그 후드티는 유치원 졸업할 때까지 입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내가 권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또다시 그런 말을 들을까 봐 내가 겁이 나서였다.
겁쟁이 엄마 같으니라고..
나는 뭐라고 말해 주었어야 했을까...
오늘 오랜만에 꺼낸 그 같은 옷을 둘째에게 입혀 보았다.
우와~ 너무 딱 맞고 이쁘다.
그 자리에 있던 형아와 아빠까지 이쁘다고 해주니, 우리 둘째는 기분이 좋다. 내일 유치원에 갈 때 그 노란 후드티를 입고 가겠단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는 이렇게 말해 주었다.
"이렇게 멋진 옷인데 그때 바나나라고 말한 그 친구는 보는 눈이 없네. 그리고 진짜 바나나 옷이면 어때? 너희가 명품인데. 바나나 옷을 입어도 너희가 빛나니까 괜찮아." 하고 말이다.
세상에 살아가면서 세상 가운데서 너무나 흔들릴 것들이 많다. 외모, 성격, 직업, 경제적 여유 등등.
내가 나아져야 할 이유가 어마어마하고, 그것들을 따라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질지도 모르겠다. 그 기준이라는 것이 누가 정해 놓은 건지도 모르게 그냥 무작정 우르르 따라가는 것이라면 조금은 멈춰 서서 자존심을 세워 보고 싶다.
'나 가진 것 없지만... 나 그 자체가 명품이오!'
난 소심하니까 아주 조용히 마음으로 외쳐 본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말해 주고 싶다.
"너희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명품이야. 엄마는 누가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너희와 바꿀 생각이 없어. 노란 바나나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해~~"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