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C]EDC 이야기 - 서론

매일을 살아가는 도구들

by 눕더기


주의! 절대로 날붙이를 드러내고 거리를 돌아다니지 마시오

-해당 행위는 대한민국 법에 저촉될 수 있으며, 이러한 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작성하면서도 꽤나 많은 조심을 기울였습니다.
앞서 말한 물리적 생존을 도모한답시고, 사회적 생존을 내다 버리는 유사 생존주의자들이거나,
아니면 아예 범죄 예비, 음모죄에 해당함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시행에 옮기기까지 하는 반사회적 범죄자들과 그들이 벌인 사건들이 존재하기에

해당 시리즈는, 더 나아가 해당 블로그는 특정한 반사회적 행위를 적극적으로 규탄합니다.
독자분들께서도 오롯이 <"생존"을 대비하는 자의 시각> 하나로만 이 글을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서론, EDC이야기를 시작하며


사람들은 EDC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체로 잠시 멈칫한다.

발음도 낯설고, 어쩐지 전문적인 느낌마저 풍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꽤나 큰 오해다.

Every Day Carry. 줄여서 EDC.
직역하면 간단하다. ‘매일 들고 다니는 것들’을 뜻한다.



처음 이 말을 들으면 누구나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뭐 대단한 개념인가?” 하고.


사실 실제로 들여다보면 우리의 일상은 이미 작은 EDC들로 가득 차 있다.


학생은 필통과 책가방, 그리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직장인은 노트북과 USB, 안경과 명함 지갑을,
현장에 서는 노동자는 허리에 공구를,
여성은 화장품 파우치와 위생용품을,
남성은 손목시계와 펜을.


우리는 매일 각자의 도구를 몸에 걸치고 다니며,
그것이 곧 우리의 작은 생존 장치가 된다.

다만 그 사실을 특별히 ‘이름 붙여 부르지 않았을 뿐’이다.


EDC는 사람마다 다르고, 연령과 환경, 직업과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다면 일반론은 존재하지 않을까?


놀랍게도 있다.

생존주의자들에게 묻는다면, 이는 거의 이견없이 후술할 세 가지로 귀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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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리는 늘 똑같이 가방을 메고, 호주머니에 무언가를 쑤셔 넣고 다니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에 대해 깊이 성찰해 본 적은 드물다.


그런데 ‘생존주의자의 눈’으로 이 개념을 다시 바라보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단순히 책을 담은 가방이나, 문서를 담은 USB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목숨을 이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도구가 무엇인지 묻게 된다.


그리고 그 질문은 곧 이렇게 구체화된다.

“만약 오늘, 도시의 전기가 끊기고, 교통이 마비되고,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사라진다면 지금 내 주머니와 가방에 든 것들만으로, 나는 과연 하루를 버틸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우리를 낯선 자리로 데려간다.
이 관점에서 보면 EDC는 단순한 ‘소지품’이 아니라, 삶을 연장하는 장비라는 관점으로 변모한다.
스마트폰 하나, 작은 라이터 하나, 주머니 속 손전등 하나.
이 모든 사소한 물건들이 사실은 내일을 살아내는 도구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EDC로 들고 다녀야 할까?

무엇이 우리를 "살아남게" 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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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와 인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칼, 불, 빛.


이 세 가지는 생존주의자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EDC의 최소 단위다.


칼은 듣기만 해도 뭔가 반사회적인 느낌이 뿜어지고,

불은 흡연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빛은 도시의 네온사인 속에서 잘 체감되지 않지만,

생존주의자의 관점에서 이 셋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최소한의 축’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칼, 불, 빛일까.
이 세 가지는 자연 속에서 쉽게 대체할 수 없고,
부재할 경우 생존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하기 때문이다.


칼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도구다.
뗀석기를 만들 수 있었던 원시 시대와 달리,
오늘날 현대인이 철로 된 칼을 직접 제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이는 대체 불가한 필수품목이다.


두 번째로 불의 필요성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불은 체온을 유지하고, 음식을 조리하며, 어둠을 몰아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빛은 우리의 ‘두 번째 눈’이다.
태양은 하루의 절반만을 우리에게 허락하고, 나머지 절반의 시간동안 우리는 찾아온 어둠 속에서 소중한 시야를 빼앗긴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도심에서는, 당장 낮이라도 화재 등으로 전기불이 사라지는 순간 우리는 밤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다시 말해

칼은 인류가 가장 먼저 손에 쥔 도구였고, 불은 인류가 밤과 추위를 견디게 한 최초의 기술이었다.

그리고 빛은 태양이 사라진 어둠 속에서도 인간의 활동을 이어가게 한 두 번째 태양이었다.

우리가 문명 속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이 세 가지는, 막상 사라지는 순간 가장 먼저 인간을 위협하는 위기로 변모하게 된다.

칼이 없다면 우리는 포장조차 뜯지 못하고, 불이 없다면 차가운 음식과 추위를 견뎌야 하며, 빛이 없다면 단 한 발자국 앞도 나아가지 못한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재난 발생 직후 가장 먼저 부족해지는 자원이 식수, 식량, 전기와 연료였다.

또한 국민재난안전포털 - 사회재난행동요령을 확인해도 해당 자원은 거의 모든 경우에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에 이들은 유사시 가장 최빈, 최필요 자원은 해당 자원들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특히 전쟁, 재난 등 흉흉한 국제적 정세와 상황 하에서 살펴보아도, 이는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이들 중 불과 빛의 경우, 즉 손전등과 라이터, 예비 배터리는 단순한 편의품이 아니라 국제적 생존 매뉴얼에서도 ‘필수 품목’으로 암묵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2=1, 1=0” ― 예비가 곧 생존이다


앞선 이야기를 읽고 나서도 종종 사람들은 묻는다.

“스마트폰이 있는데 굳이 손전등이나 라이터를 따로 챙겨야 할까?”


생존주의자들의 오래된 격언은 그 물음에 단호하게 답한다.
“2=1, 1=0.”

같은 물건이 두 개 있다면 하나 있는 것과 같고, 하나만 있다면 없는 것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언제든 고장 나거나 분실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예비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FEMA(미국 연방재난관리청)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핵심 장비는 최소 2중, 가능하다면 3중으로 준비할 것”을 권고한다. 손전등이 있다면 예비 건전지를, 나아가 작은 랜턴을. 라이터가 있다면 예비 파이어스틸을. 겹겹의 준비가 바로 생존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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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TO HOW


자 이제 "왜" 이 세 가지를 들고 다녀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은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다음 관문이 남아있다.


위 세 가지를 "어떻게"들고 다니라는 거지?


당장에 칼만 보아도,

정상적인 사회성을 가진, 평범한 우리들이라면

군인마냥 어깨나 X반도에 대검을 꽂은 채 돌아다니는 미친 짓을 할 수 없을 것이고,

설마 닌자마냥 몰래 몰래 숨기고 다닌다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그리고 또 불은?

그나마 라이터로 어찌저찌 한다면 준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빛은?

어떤 플래시라이트를 들고 다녀야 한다는 건가?

애초에 플래시라이트에 종류가 있나?

그냥 라이터로 불 붙여서 빛으로 쓰면 되는거 아닌가?


여러 의문들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이러한 질문과 궁금증들은 다음 EDC이야기 편에서 천천히, 그리고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로 하자.

지금은, 이것들의 필요를 인식하는 그 첫 단계로 충분하다.

적어도 여러분들 모두는 EDC를 소지하고 매일 다니고 있다는 점.

그것을 인지하고, 무엇이 본인의 세 가지 생존에 있어 필수적인지를 고려하기 시작하는 그 태도가

바로 생존주의자가 되는 시발점이다.


우리 모두는 오늘도 살아남고 있다.






맺음말. 일상의 사소함 속에 숨어 있는 전략


그래도 우리는 이쯤에서 한 가지 깨닫게 된다.

EDC는 거창한 무기나 특수장비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매일 무심코 챙기는 것들, 주머니와 가방 속에 숨어 있는 사소한 물건들이다.

그 사소함이, 위기 상황에서는 가장 큰 차이를 만든다.
작은 칼 하나가 식량을 열게 하고, 라이터가 어둠 속에서 체온을 살리고, 손전등이 귀환의 길을 비춰준다.
결국 EDC란 “매일의 삶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도구이자, 예기치 못한 순간을 대비한 작은 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매일 살아내는 그 무심한 습관 속에, 사실은 오래된 생존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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