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생존

4편. 몸과 도구, 모든 것을 이용해 버티는 최후의 마지노선

by 눕더기


앞선 사회적 생존을 잘 수행해 왔다 하더라도, 진정한 위기가 도래한다면.
사회적 관계망만으로는 모든 것을 막아낼 수 없다.

때로는 군중조차 흩어지고, 사회적 울타리마저 붕괴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때 남는 것은 단 하나.

스스로 몸을 지켜내는 힘, 물리적 생존이다.



자, 이제 긴 서론 이야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물리적 생존이다.


앞서 경제적 생존이 사회 속에서의 기반을 다지는 문제였다면, 사회적 생존은 그 기반을 유지하고 사람들과 연결되는 법이었다. 그리고 이제 도달한 물리적 생존은, 말 그대로 인간이 가진 육체와 도구, 자원을 활용해 직접 살아남는 행위를 가리킨다. 많은 사람들이 ‘생존’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바로 이 영역이다.


생존의 고전적 이미지


우리는 소설이나 영화, 혹은 뉴스 속에서 물리적 생존을 상상한다.
부쉬크래프트를 통해 나무와 돌로 불을 피우고, 깊은 숲 속에서 홀로 비박을 하며 밤을 견디는 모습. 혹은 아포칼립스 웹소설에서처럼 방공호를 파고, 비상 식량을 쌓아두고, 침입자와 싸우며 버티는 장면.

이 모든 이미지가 물리적 생존의 한 단면이다. 결국 물리적 생존이란 주어진 자원을 동원해, 어떤 방식으로든 몸과 생명을 지탱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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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이라는 무대


물리적 생존을 이야기할 때, 가장 구체적으로 상정되는 것은 재난 상황이다.


한국에서라면 지진, 화재, 해일 같은 자연재해,


또는 한반도의 특수한 지정학적 조건상 전쟁과 같은 위기,


해외의 경우 토네이도, 허리케인, 산불과 같은 대규모 재난이 여기에 포함된다.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실제로 토네이도 대피 훈련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일본은 지진과 화재에 대비한 교육과 매뉴얼이 국민 생활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반면 한국은 지정학적 위험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렇기에 물리적 생존을 개인 차원에서 준비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전략과 준비 — 버그인과 버그아웃


물리적 생존 전략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버그인(Bug-In):
말 그대로 ‘그 자리에 머무르며’ 버티는 전략이다. 자택을 요새처럼 바꾸고, 물과 식량, 연료를 비축해 일정 기간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한다. 전쟁이나 장기 봉쇄,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특히 유용하다.




버그아웃(Bug-Out):
위험 지역을 빠르게 벗어나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통 ‘72시간 가방(BOB, Bug-Out Bag)’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물품만으로 3일간을 버틸 수 있게 구성하며, 이 가방은 언제든 즉시 들고 떠날 수 있는 상태로 준비해둬야 한다.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는 재난의 성격과 개인의 조건(가족 구성, 거주지 형태, 자산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별로 계획을 세워둔 사람만이 실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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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의 필수 준비물


한국이라는 도시형 사회에서 물리적 생존을 이야기할 때, 특정 물품들은 정론에 가깝다.
물과 식량, 의약품, 랜턴, 라디오, 비상용 충전기, 멀티툴 등은 거의 모든 생존주의자가 공통적으로 챙기는 장비다.


물: 성인 1인 기준 하루 최소 2리터, 3일치면 6리터. 하지만 물 무게를 감안하면 정수 필터나 정제제를 함께 준비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식량: 가볍고 열량 높은 비상식량(에너지바, 건조식품 등).

(구체적으로 전투식량, BPER, 다트렉스 같은 본격적인 식품들부터 한국형(?) 재난식량인 다이제까지. 이에 대해 논할 것이 너무나 많으나, 식량 편에서 따로 다루기로 한다.)


조명: 랜턴, 헤드램프, 휴대용 손전등. 예비 배터리 포함.

(이 역시도 각 브랜드 비교를 빼 놓을 수 없는데, 이것 역시도 조명 장비편에서 따로 다루기로 한다)


의약품: 개인 복용 약, 기본 구급약, 멸균 밴드, 해열진통제.

(의약품 편에서 구체적으로 다루기로 한다)


연락 수단: 보조 배터리, 크랭크식 충전 라디오.

(일반 라디오, 스마트폰부터 HAM까지, 통신 및 연락 편에서 구체적으로 다루기로 한다)


기타: 멀티툴, 방수포, 라이터, 간단한 로프 등.

(생존가방 편에서 구체적으로 다루기로 한다)


무엇을 넣든 간에, 가방의 무게는 성인 기준 체중의 10%를 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대략 8~12kg 이내로 잡는 것이 현실적이다. 무겁게 챙기면 오히려 이동 중 체력 고갈로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미 하고 있는 일상 속 물리적 생존


하지만 물리적 생존은 꼭 극단적 상황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일상 속에서 생존주의적 습관과 맞닿아 있다.


지하철에 타기 전에 비상구 위치를 무심코 확인하는 습관,


여름철 정전에 대비해 손전등을 서랍에 넣어두는 일,


가정에서 상비약을 마련해두는 행위.


이 모든 것들이 물리적 생존의 작은 조각이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뿐, 문명화된 사회 속에서도 물리적 생존은 늘 우리 곁에 있다.




맺음말



[생명이라는 본질로 돌아가기]


결국 물리적 생존은 인간이 가진 가장 본질적인 행위다.
경제적 생존이 사회 구조 속에서의 자립을 뜻한다면, 사회적 생존은 인간관계 속에서 고립되지 않는 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물리적 생존은 그 모든 것을 떠나, ‘살아 있는 육체’라는 조건을 끝까지 붙드는 마지막 방어선이다.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이러한 본능이 희미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연의 일부이고, 육체라는 한계를 지닌 유기체다. 그렇기에 물리적 생존은 단지 극단적 상황의 상상력이 아니라, 삶의 본질을 성찰하는 길이기도 하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물리적 생존의 구체적 도구들, 그리고 재난 시나리오별 대응법을 하나씩 풀어낼 것이다. 도시는, 국가는, 현재 우리는 당장은 안전해 보이지만, 그 속에 언제나 예상치 못한 취약함을 품고 있다. 준비하는 자만이 그 취약함을 넘어설 수 있다.








에필로그 ― 생존, 살아가는 기술



생존은 단지 죽음을 피하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하루를 버텨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 경제적 생존은 삶의 최소 조건을 마련해준다.
- 사회적 생존은 인간으로서의 자리를 지켜준다.
- 물리적 생존은 우리의 몸과 삶을 끝내 지탱한다.


세 가지는 결국 하나다.
서로를 밀고 당기며, 우리를 지금 이 순간 살아 있게 만든다.


나는 그것을 생존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것을 매일의 일기로써 앞으로 기록해두려 한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해 보일 이 기록이, 언젠가 당신의 삶을 지탱해 줄 작은 실마리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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