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잃어버렸던 프로메테우스의 본능
EDC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휴대성을 최우선으로, 무게와 부피는 최소로 하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불을 피울 도구의 경우, 라이터 하나는 20g, 작은 파이어스틸은 10g 남짓이다.
주머니 속에서 차지하는 부피는 손가락 두 개 폭 정도.
이 정도 무게·크기로, 재난 때 난방, 조리, 살균, 구조 신호까지 해결 가능하다면?
이건 ‘사치품’이 아니라 ‘보험’이다.
어쩌면 EDC의 가장 본질에 부합하는 것이 바로 이 '불'이라 보아도 과언이 아니겠다.
자, 그렇다면 다음으로 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만약 당신이 흡연자라면, 답은 간단하다.
그냥 주머니 속에 있던 라이터를 그대로 쓰면 된다. 400원짜리 불티나 라이터든, 2,000원짜리 터보 라이터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있느냐, 없느냐"다.
(하지만 흡연자는 중독성으로 인해 중장기 재난에 취약해지니, 기왕이면 금연을 적극 권장한다)
흡연자가 아니라면, 무게 20g 남짓의 미니 라이터 하나쯤은 EDC(Every Day Carry)로 챙겨두자.
이 정도는 지갑, 키링, 파우치 어디에 넣어도 위화감이 없다.
혹시 ‘혹시를 위한 이중 안전장치’를 챙기고 싶다면, 생존의 기본 공식 2=1, 1=0을 잊지 마라. 라이터 하나만 믿지 말고, 작은 파이어스틸 하나쯤은 가방이나 키링에 달아 두자. 라이터와 달리, 불꽃을 내는 원리 자체가 단순해서, 연료가 소진되거나 오작동할 염려가 거의 없다. 불은 단순한 취미용이 아니라, 재난 상황에서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선이 될 수 있다.
모두가 익히 알고 있듯, 불은 인류가 문명을 만든 핵심 도구이자 동시에 재난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생존 수단이다.
도시 한복판에서야 불이 무슨 대수냐 싶겠지만, 정전, 가스 공급 중단, 한파, 야외 대기, 장기 고립 상황을 상상해보라.
그 순간, 불은 단순한 ‘온기’ 이상의 것을 제공한다.
이런 불이 가져다주는 기능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온기 — 저체온증 방지, 난방
조명 — 전력 없는 환경에서 시야 확보
취사 — 안전한 음식 조리, 물 끓이기
심리 안정 — 불빛과 열이 주는 안정감
위험 표지 — 연기나 불빛을 통한 구조 신호
많은 사람들이 “도시 한복판에서 불이 필요할 일이 있겠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시 재난 사례를 보면 불은 의외로 자주 등장한다.
재난시 발생하는 정전 + 겨울 한파
난방이 끊긴 건물 안은 24시간 이내로 실내 온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초 단위로 불을 피워 몸을 녹일 순 없지만, 촛불 또는 화식 소형 난로(유사 난로 포함)는/은 체온 유지에 도움을 준다.
대규모 고립
엘리베이터 정전, 지하철 고립, 대형 건물 폐쇄 상황에서 간단한 조명과 심리 안정 수단이 된다.
후술할 조명 역시도 이를 일부 대체 가능하나, '온기'의 전달 측면에서 불을 따라오기는 쉽지 않다.
식수 문제
물을 일차적으로 끓여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재난 상황에서 생명을 지키는 결정적 차이가 된다.
이런 예시들을 종합하여 보면, 불이 가져다주는 기능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온기 — 저체온증 방지, 난방
조명 — 전력 없는 환경에서 시야 확보
취사 — 안전한 음식 조리, 물 끓이기
심리 안정 — 불빛과 열이 주는 안정감
위험 표지 — 연기나 불빛을 통한 구조 신호
여기서 중요한 건 “위화감 없이, 법적으로 안전하게, 작고 가볍게”다.
우리는 재난 대비를 하고 있지만, 동시에 ‘사회적 생존’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EDC로 추천하는 장비들은 다음과 같다
BIC 미니 라이터(J3, J5를 그 중 가장 추천한다) : 가볍고, 가격이 저렴하며, 내구성이 좋음. 필름지 형태가 위에 덮어져있는 제품을 쓰면 그 필름지를 벗기고 가스 잔량을 확인할 수 있다. 약 20g 내외.
방수 성냥 : 라이터는 부싯돌 부분이 물에 젖으면 잘 켜지지 않을 수 있고, 여름철 차량 안에 놓았을 때 폭팔의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라이터에 대한 꺼림칙함이 남아있다면 방수 성냥으로 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소형 방수 케이스에 보관해도 좋고, 요즘은 인과 마찰제를 함께 발라놓아 마찰식으로 발화되는 경우도 있기에, 라이터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면 작은 병에 넣어 두 세개 정도 휴대를 추천한다.
파이어스틸(페로세륨 로드) : 베X그릴스의 '인간과 자연의 대결' 내지 정X의 법칙' 등에서 자주 보았을 것이다. 그 안정성이라는 특성상 라이터·성냥이 모두 젖거나 소모되었을 때 최후의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도시권에서는 ‘훈련된 사람’이 아니면 사용 난이도 높기에, 만일 이를 택하였다면 꼭 충분한 연습을 해 보기를 권장한다.
추가로 몇 가지만 더 적어보자면
도구는 2개 이상 서로 다른 위치에 보관(서랍 + 주머니).
방수팩에 넣어 습기 차단.
가스 버너류는 ‘재난가방’에만, EDC로는 불필요하다(사회적 시선 + 부피).
건조한 휴지, 솜뭉치, 면 화장솜 등을 추가로 구비하고 있거나, 구할 수 있는 쉬운 환경(사무직의 경우는 특히 가능)에 있는 것이 좋다. 초기 불쏘시개로 사용하기 매우 좋기에. 특히 휴지나 화장솜 등은 최대한 부피가 크게 찢어 불이 잘 붙게 세팅하면 도움이 된다.
일산화탄소 중독에 대한 위험성이 높기에, 밀폐 공간에서 불을 사용하는 것은 절대로 금해야 할 것이다.
도시권은 산불보다 ‘화재’가 훨씬 치명적이다. 실화 내지 급격한 화재에 대한 대비도 필수이며, 부득이하게 재난시에 불을 피우는 경우, 그 무엇보다 불씨관리는 필수다.
이대로 글을 끝내기는 아쉬움이 있으니 여기서 상황을 한 번 더 꼬아보자.
만일 비가 오기 시작한다면?
이건 초보 생존자에게 거의 ‘게임 오버’ 같은 조건이지만, 준비만 되어 있다면 막을 수 있다.
일차적으로 방수 포장된 인화물질을 찾거나, 바세린을 바른 화장솜, 휴지를 만든다(이는 립밤으로도 대체 가능하다). 만일 구하기가 힘들다면, 실내의 마른 목재(가구 안쪽, 문틀 하단) 칼로 긁어내어 불쏘시개를 확보해야 한다.
이후 불씨를 보호하기 위해 작은 금속 통 안에서 점화를 시작하는 것을 추천하며, 비닐, 외투, 우산으로 위를 덮어 비와 바람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습기에 대응하기 위해 두꺼운 종이· 합판 ·부서진 스티로폼을 연료층 맨 아래에 깔아 바닥 습기를 차단해주면
이런식으로 만약 이런 상황에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아도, 주변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연료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하다 못해 재활용장에서 마른 종이나 골판지를 찾고, 작은 금속 통(깡통, 빈 캔)을 연소기처럼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너무나 기본 상식이지만, 불을 붙일 때는 작은 불씨를 먼저 안정시키고, 그다음 점차 연료를 늘려가야 한다.
불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열원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심리와 행동을 지배하는 ‘안정감’의 상징이기도 하다.
타오르는 불빛은 몸을 덥히고, 음식을 익히며, 물을 끓여 안전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그 불빛은 야생에서의 위치를 알리고, 구조 신호가 되며, 심지어는 야생동물의 접근을 막는 보루가 된다.
하지만 불은 언제나 피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연료가 떨어질 수도 있고, 날씨나 장소가 불 사용을 금지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불이 꺼지면 남는 것은 완전한 어둠이다. 재난 상황에서 이 어둠은 단순히 시야를 가리는 것을 넘어, 이동·작업·의사결정을 모두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불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EDC의 마지막 파트, '빛'이다. 불이 낼 수 없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광원,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즉시 꺼낼 수 있는 휴대성을 갖춘 장비. 그것이 곧 생존에서의 다음 관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