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이 어느덧 자라 고3 수험생이 되었고
오늘은 수시 면접일이었다.
출근하는 남편 대신 나는 기차로 아들과 동행하기로 했고 요즘 지연이 잦은 시간을 대비해 넉넉하게 기차표를 끊어두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넉넉하게 차를 몰고 기차역으로 출발했다. 5분쯤 달렸을 때, 아들이 무언가를 놓고 왔다고 말했다. 헐.
그렇게 두 번을 u턴 했다. (한번은 면접 예상문제, 다음은 신분증) 두 번째 돌 타이밍은 정말 안 좋아서 직진 5키로를 달려야 u턴 할 수 있었다. 비는 추적추적 오고, 엑셀에 자꾸 힘이 들어가고, 그래도 안전하게 가는 것이 가장 빠른 것이라 되내이며 휴~ 한 숨을 내쉬었다.
한 숨을 내쉬니
‘그래, 부산에서 신분증 안 챙긴 것을 발견한 것보다
낫다!‘하며 아들에게 웃으며 말했더니
아들놈이 적반하장이다.
면접 앞둔 아들에게 내가 성질을 냈다느니,
갑자기 신분증 찾아준 사춘기 여동생이 불친절했다느니…
그 순간 나의 인내력은 바닥을 드러내었고
면접을 앞둔 아들에게는 말할 수 없어서
남편과 친구에게 톡으로 욕을 마구마구 해댔다.
그렇게 부산으로 가는 기차 안은 심신수양의 공간이었다. 한숨 잔 아들은 여유를 찾았고, 나도 남편의 위로와 친구의 격려로 힘을 얻었다.
00역에 도착을 했고 우리는 기차에서 내려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역 대합실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때
어떤 아주머니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통화를 했다.
“어?? 머라카노? 안 들린다!!!”
소리가 크시구나 하며 다들 쳐다봤는데
“뭐라카노?? 뭐! 니 안 내맀나? 내가 내리라캤잖아!!”
헉. 남편을 두고 내리신 듯.
지나가던 아저씨가 흐흐흐 웃으신다.
그래,
인생 별 거 없다.
사람 사는 세상, 다 실수하고
모면하고 그러면서 다시 다잡고 그러는거겠지.
기차에 남겨진 남편분에게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