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날 뻔한 날

by stark

온 가족이 짜장면을 먹고 집에 돌아왔다.

나는 소화도 시킬 겸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있었는데, 우리 집 2층 창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게 보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들어가 보니, 남편이 데운 배추된장국이 다 타서 재가 되어 있었고 온 집 안은 시커먼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아이들은 놀라 있었고, 내가 집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급한 수습은 끝난 뒤였다. 연기를 빼내느라 한겨울에 선풍기까지 꺼내 돌리고 있었다.


나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연기와 냄새를 빼내기 위해 식초물을 끓이고, 설거지를 하며 집 안 여러 곳을 닦고 뿌렸다.


남편은 자책감과 놀람, 당황스러움이 뒤섞인 감정으로 급격히 다운된 상태였고, 철없는 막내는 마스크를 끼고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 와중에 큰아들은 무슨 책임감이었을까. 시커먼 연기 속으로 뛰어들어 타고 있던 냄비의 불을 끄고 창문을 열었다.

작은 아들은 마당으로 대피하며 ‘형은 왜 저 안으로 들어가는 거지’라고 생각했단다.


청소를 하다 아일랜드 위에 놓인 식빵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오, 훈제 식빵이다.


감성적인 우리 가족들은 위기 상황에서도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이 생각을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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