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trip 여섯째 날
- 이른 아침부터 일어난 아이들과 캠핑장 산책을 했다. 시설이 깔끔하고 좋아서 하루만 묵기에 아까운 곳이었다. 자전거로 트래킹도 할 수 있어 보였는데 내 인생에 여기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생각하니 아쉽기만 했다.
정신 차리고 돌아와서 현실 주부모드. 빨래 돌리고 설거지 하고 아침 해 먹고 짐 싸고 정리하고 차에 실으니 11시 체크 아웃 시간.
-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수영장에서 조금만 놀고 가기로 했다. 이 추위에 무슨 수영이냐..했는데 마침 해도 나고 핫 텁도 있어서 아이들은 완전 행복해 했다. 여담인데 미국은 수영장에서도 바다에서도 구명조끼를 입고 있는 사람은 우리 뿐이다. ㅎㅎㅎ다들 수영 능력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듯.
- 2시가 다 되어서 다음 목적지 코디로 출발. 오후 내내 달려달려.
- 코디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rest area(휴게소)가 정기적으로 있던 90번 도로와는 달리 달려도 달려도 휴게소는 커녕 사람 사는 마을이 나오지 않았다. 화장실도 겨우겨우 다니고, 저녁도 쫄쫄 굶었다 ㅠㅠ
- 6시간 걸리는 거리이지만 한 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 볼일에 중간에 냉각수도 사서 넣고 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밥을 어떻게 먹지? 하며 주변을 살펴보니 무언가 나올 것 같지 않아 그냥 얼른 가자! 했는데
경찰차가 따라온다. ㅠㅠ
-마을 어귀 같은 그런 도로였다. 남편은 저녁 식사 걱정을 하며 나와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가고 있었는데 뒤에서 검은차가 따라오길래 살짝 속도를 내었단다. (한국인이라면 모두 이해하리라 믿는다.) 그런데 그냥 검은색 차였던 그것이 불을 깜빡깜빡 거렸고 설마...하고 멈췄는데 경찰이 다가왔다. (미국 경찰차는 한국 폴리스카와 다르게 자세히 보아야 경찰차다.) 미국 경찰은 말했다. 30마일이 제한 속도인 도로에서 41마일 달렸단다. 헐. 처음이면 봐주기도 한다는데 와이오밍 주는 그런 것 없다며 120불짜리 티켓을 끊었다. 남편이 말했다.
“우리는 로드트립 중이고, 내가 이런 티켓을 처음 끊게 되어서 그러는데…
사진 한번만 찍을 수 있을까?“
왕왕왕왕 와아아아아아앙~~~
- 120불 티켓의 여파로 와이오밍 주에 대한 마음이 좋지 않았다. 풍경은 기묘해서 우주 어딘가를 달리는 기분이랄까. 전화도 통신도 안 터지고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배는 고프고… 겨우겨우 달려 코디에 도착했는데 숙소가..... 여행 일정 중 가장 비싸고 어렵게 구한 숙소인데, 무슨 마약 혹은 노숙자들이 묵는 모텔같은 분위기다. 와이오밍주에 실망이다. 오늘 길목에 KOA 캐빈이 있던데,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생각하니 더 기분이 다운되어 긍정회로를 돌린다.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기로!
- 나는 로드트립에서 많은 기술을 연마했다. 그 중 하나는 자동차 조수석에 앉아서 주먹밥 만들기 기술이다. 내가 앉은 자리에는 두 개의 가방이 내 다리 사이에 항상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도시락 제조 가방이었다. 달리는 차 안에서 비닐 장갑을 끼고 밥이랑 김자반을 비벼 주먹밥을 만든다. 아이들은 그것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난 굶었다. 남편은 햄버거로 해결.
아. 길고 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