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이가 “우체통”(안내장을 넣어 다니는 L자 파일)을 가리키며 말했다.
“엄마가 이거 짜증난대요,
이거 힘들대요!!!”
얼마나 리얼하게 감정을 담아 말하는지, 엄마의 짜증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그 상황이 눈 앞에 펼쳐졌다.
학기초라 각 계에서 나가는 안내장이 많긴 했다. 각종 안내에 알러지 및 건강 조사서, 정보제공 동의서 등 두세장씩 묶여진 안내장이 매일 2-3부씩 나갔긴 했다. 게다가 자녀가 넷이니 하나씩 적다가 짜증이 나는 마음이 이해는 되었지만
그 짜증을 고스란히 담임에게 전달하니 나도 당황스러웠다.
아니, 내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에게 내 준 안내장을 담임으로서 전달해 주었을 뿐인데. 라는 억울함과
그리고 나도 내 자식 세 명의 것을
지금 십 몇년째 매년 적고 있는데,
왜 나에게 짜증을 내지?
라는 화도 울컥 솟아올랐다.
1학년 애에게 화 낼 수도 없고
딱딱하게 “그래도 어쩔 수 없어. 내일까지 가져와요. ”하기도 그렇고.
대략 난감했는데
이것이 교사 19년차의 짬밥인가
“엄마에게 힘내시라고 전해요~”
라고 말했다.
화이팅과 손 동작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