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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식학급 일기> 이모발견

by stark


나는 올해 1,2학년 복식학급 담임이다.

1학년, 2학년 각각 여자 한 명씩이다. 그 중 1학년 아이는 작년 스티커를 잘못 주문해 1700개의 이름표가 왔다는 아이의 동생이다. 이 아이는 넷째인데 그 중 둘째 오빠가 작년 a교사의 반이었다.


막내 동생인 일학년 아이는 넷째의 면모를 한껏 발휘했다. 첫 날 급식실에서 2학년 언니에게 발 흔들지 말라고 따끔하게 말했을 뿐 아니라, 누구보다도 크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잘 먹었습니다~”를 외쳐 급식실에서 우탕탕 설거지 하던 모든 조리사님들이 인사를 받아주실 정도이다.


복식학급은 정신없다. 한 시간에 두 개의 수업이 동시에 진행된다. 잠깐 설명하고 <스스로 활동>시켜놓고, 다른 아이와 수업을 한다. 왔다갔다, 분위기를 살려 동시를 읽어보다가, ㄱㄴㄷ 자음 가족 가르치다가 정말 정신이 없는데, 또랑또랑한 일학년이는 시도때도 없이 불쑥 말을 건다. (1학년이니 그럴 수 있지만…) 또 쉬는 시간에 알차게 노느라 수업 시간에 자주 화장실에 가고 싶단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다녀오라고 하면 혼자 가기 무섭다고 한다. 우리 교실 바로 앞이 화장실인데… 어쩌다 2학년 언니가 결석한 날은 정말 매번 화장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쉬는 시간에 혼자 나가지도 못했다. 회의가 있으면 3학년 교실에 맡기고 교무실에 커피 타러 간 날도 손 잡고 데리고 갔다.

아무튼 이 손 많이 가는 1학년, 단 한 명의 소중한 일학년 아이랑 수업하다 기가 막힌 사실을 발견했다.


통합교과 <사람들>(옛날 바슬즐 과목 이름이 이렇게 바뀌었다. )에서 “나와 가까운 사람들”을 표현해 보았는데 가족 다음으로 가까운 사람들이 누구겠냐 물으며

“이모 있어요?”

했더니 있다고 한다.

“고모는요?” 했더니

고모도 있다고 한다.


나는 작년 어떤 사건이 떠올랐다.

우리 중에는 이모도 고모도 없다며,

거품 물고 교육청에 쫓아갔던 그 엄마들 말이다.

그 엄마들 중 한 명이 지금 내가 맡은 아이의 학부모다.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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