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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식학급 일기> 1학년에게 k.o 당하다

by stark

1학년은 “놀이중심교육과정”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우리 학교는 몇년 전 리모델링을 해서 교실이 깔끔하고, 교실마다 수전이 있어 매우 편리한데, 저학년 교실은 온돌바닥으로 되어 있어 아이들이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놀기 좋게 되어 있다.

또 교실 구석구석에 놀이 교구가 비치되어 있었는데, 나는 수납장 안에서 많은 교구들 사이에 있는 ‘땅따먹기 매트’를 발견해 교실 한 쪽에 깔아두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일반적인 교실에 학생 두 명, 그것도 1인 2책상을 붙여 쓰는 특혜를 누림에도 총 네 개의 책상만이 덩그러니 놓여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나는 창가에 따뜻한 햇살이 드는 곳을 놀이공간으로 만들어 둘 수 있었던 것이다.


“우아!!”

아이들이 등교하자마자 달라진 교실 에 설렘을 드러냈고, 2학년 언니는 1학년이를 데리고 땅따먹기 방법과 규칙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최대한 무겁고 큰 지우개를 골라 돌멩이를 대신하고 여기서는 한 발, 점프해서 두 발, 잘 조준해서 던지는 방법 등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쉬는 시간마다 놀이공간에서 둘이 즐겁게 노는가 했는데, 갑자기 1학년이가 뾰루퉁한 얼굴로 교실 구석에 가서 쪼그려 앉는다. 왜 그러냐 물으니 대답은 안 하고, 모양새를 보니 본인도 잘 하고 싶은데 더 잘 하는 언니를 보니 심통이 났나보다.


조용히 1학년이를 불렀다.

“00이 잘 안 되어서 속상하구나!”

“흑흑흑, 언니가 더 잘 한단 말이예요!!”

“언니도 처음부터 잘 한 건 아니었을거야. 00이도….”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분하고 따뜻하게 위로와 격려를 하는 선생의 말을 끊고, 고개를 저으며 1학년이가 말했다.

“안 할래요”

선생은 1학년에게 k.o를 당하고

결국 늠름한 2학년 언니가 동생에게 두 번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 양보를 하여 나를 구원해 주었다.


선생의 백마디 말보다

같이 놀아주는 언니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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