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도서관에 갔다가 <어류도감>을 발견했는데, 이와 함께 작년 제자가 떠올랐다.
그 아이는 아빠와 낚시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는데, 초등학교 3학년 아이답지 않은 수준이었다. 평일에도 밤낚시를 다녀왔고, 거기는 집 근처 강이었다. (출근할 때마다 경치에 감탄을 하는데, 그렇다, 우리 학교 학군은 깡촌이다.)
그 아이는 국어시간에 도서관에서 책을 골라 읽고 요약해보는 활동에서 <어류도감>을 골랐을 뿐 아니라, 사회 시간에 우리 지역의 장소를 조사해보는 활동에서도 낚시와 관련된 강, 낚시터를 선택해서 글로 쓸 정도였다.
아저씨화 된 그 아이는 특히 수학 시간에 집중하기 어려워했다. 계산이 안 되는 것은 아닌데, 도무지 가만히 앉아 수학 문제를 낚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니 문제마다 옆에 물고기를 그려줄 껄 그랬다.) 그해 수학시간마다 곡소리 나는 반을 맡은 선생은 멘붕에 빠졌었다.
이런 방법, 저런 방법을 다 탐색하다,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려 6학년 선배 형님이 와서 잠깐씩 봐 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미쳤다. 호랑이 선생 6학년 담임에게 가서 나의 뜻과 생각을 전했다. 호랑이 선생은 그 형님으로 안된다고 거절했다. 그러고는 마음을 접고 있었던 터였다.
점심 시간, 급식실에서 전교생이 함께 모여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호랑이 선생이 우리반 그 아이에게 다가가 말했다.
“너가 그 수학 부진아야?”
(말 한마디에서 느껴지겠지만, 호랑이 선생에 대한 수많은 스토리는 다음 기회에)
선생은 넋이 나갔는데, 호랑이가 말했다.
“피라미 7마리를 너가 잡았어. 근데 5마리를 더 잡으면 몇 마리야?”
호랑이는 나름 눈높이 교육을 시도하려는 듯했으나, 별 흥미롭지도 않고 신박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비교육적인 접근이라 선생은 한 숨을 쉬었다.
그 때, 그 아이가 아저씨 말투로 너털 웃음을 지으며 허공을 향해 말했다.
“피래미는 일곱 마리 절대 안 잡히는데…”
선생은 비록 수학 시간에 집중은 잘 못하지만, 피래미가 뭔지, 어떻게 해야 잡히는지, 몇 마리를 잡을 수 있는지를 아는 그 아이가 참으로 훌륭해 보였다.